산 그리고 사람

060627 백 두대간 미시령 - 한계령 # 2

바람동자 2008. 6. 18. 15:34

1.

 새벽녘. 역시 춥다. 가장자리에서 자다보니 일찍 잠에서 깼다.

4시30분. 새들 울고 날 환하다. 밤이 되면서 안보이던 동파리란

넘들도 붕붕 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산행에 대한 사념.

어제 12시간. 오늘도 대청봉 거쳐 한계령으로 떨어지면 12시간.

일행들 건강 상태부터 물어 보고,

다들 추워서 잠은 제대로 못 잤지만 어제 잘못 들어선 길에서 다

들 소진된
힘이 어제의 휴식으로 인해서 다소 나아진 상태.

 그래 한 때는 한 해에 2번씩이나 공룡도 가고, 용아장성도 갈

때가 있었지.

이젠 배낭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몸이 되었나를 스스로 자문해
보고
과거 가을 날, 겨울 날 올랐던 공룡능선 산행을 기억한다.

가을 날, 산정에서는 이미 시든 단풍잎을 보았고

지금은 이곳은 완연한 봄이다. 갖가지의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발길을 붙잡건만 그저 건성으로 보고 가는 수 밖에.

  공룡에 서면 내, 외설악의 양쪽의 풍광이 눈 앞에 전개되어야

하는데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운무로 인해서 주변의 경치를 볼
수가  없다.

멀리 서북주능선상의 귀떼기청봉이 보이고,

중청과 대청봉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가까이서 보이고 멀리서도 보이는 구름의 바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망망의 바다였다.

1275봉. 울긋불긋한 옛날 등산복 티를 입은 사람과 옛날 등산화

를 보면
낯선이라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낯익음이 그 한 이유이

겠지.

역시 좌우론 구름.

낮게 깔려 산등성이를 스멀거리며 넘어가는 구름들.

그 속에 내가 있고, 된비알을 올라도 좌우에서 보이는 구름 떼.

신선암에 올랐네. 돌아 보니 지나온 산길이 원경으로 보이는 것

같고,
지나가 버린 것은 왜이렇게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날개 없는 자. 눈요기로만 신선의 흉내만 내고.

가벼운 탄성과 함께 가는 시간들.

천불동 계곡길과 합류.

가야동계곡으로 난 등산로 아님 길 표지판 보면서

작년 겨울 날 가야동서 보낸 텐트 속의 하룻밤.

 희운각대피소.

사람들 많다. 이제부턴 소청길까진 가풀막.

다들 긴장을 하고. 계단 길 텅텅 거리며 간다.

텅텅 소리 가슴을 울리고 뒤로 보이는 산.

오후엔 역시나 시야가 더 나쁘다.

흘러 쏟아지는 땀. 바람 불지 않음을 야속해 하면서

힘들게 왜 오르려 하는 것일까?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고..." 조용필의 노래 중

가사가 제일 맘에 와 닿은 구절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소청 중청 갈림길.

멀리 보이는 봉정암과 용아장성길.

구름이 깔려 있고 하늘 푸른 날.

 대청봉에 올라 보니 좌우로 보이는 건 온통 운해 뿐.

그려 대학시절 이곳에 올랐지. 그 때 힘들게 올랐던 기억들.

아마 여름날 이었을 것이여.

하산 후 속초의 민박집서 바다를 보며 마신 소주와

나누었던 이야기들, 사람들. 메멘토. 그리웁다네.

서북능선 길.

겨울 날에 동계산행으로 서북능선에 오르려고 했지만

번번히 오르지 못했네. 동계엔 최소 3박4일은 되어야 하는데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더러는 통제되기도 했었고.

언제 가볼꺼나, 또 영구통제 지역인 용아장성은 언제가지?

내설악구조대 사람들 갈때 묻혀 갈까?

갖은 상념들.

 일행 중 다리 풀리고 심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틀밤이나 잠 못 자고 긴 산행을 한다는 것이 손쉬운 일은 아닌
것.

하산해서 맥주 한 잔 씩 먹자는 말에 입가엔 침이 괴고

한계령 갈림길.

멀리서 차소리 들리고 108계단을 터덕이며

삶이란 이런 번뇌인가를 생각하며 내려오니

한계령 안개가 짙어 가느단 물방울이 되어 나린다.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1박)

 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소청-중청-대청-한계령

2.

 오색온천 가서 체중계 앞에 서니 3키로가 빠졌다.

고된 산행의 무게일까.

다시 설악산 지도를 들고 지나온 길 눈으로 마룻금 긋고,

손등에 벌레 물려 부은 자국과 잡목림 헤치느라 팔과 목에난 상

채기들. 
살아있는 흔적이겠지.

 다음 구간을 꿈꾸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