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0304 백담사 그리고 옥수골
<일정> 12.03.03 춘천-인제- 백담사-옥수골
12.03.04 옥수골-하산-춘천
<참가자> 3명
1.
백담사 가는 길.
퍽퍽한 두 다리는 시간의 흐름을 알렸어요.
단순 무식한 자만이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느릿하게 움직였지요.
아흔 아홉을 넘은 백개의 못을 지나
저 아래의 눈 덮인 계곡을 보면서 지난 일들 슬금하니 떠올랐지요.
예쁠것도 없는 일상의 그 산을 오늘도 가면서
왜 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길들 지리하게 이어졌어요.
터벅이면서 그나마 다행이었건 것은
눈이 내려서 퍽퍽한 다리로 전해지는 충격이
다소 완화가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길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가벼운 이야기만 듣고 무거운 이야기는 스스로를 위해 흘려 버렸어요.
겨울 산에 마주 섰을 때
그 산은 단순하게 살라고 얘기를하는 것만 같았지요.
백담사를 넘어 가려던 계획은 결국은 이루지를 못했지요.
날씨 관계로 통제를 해서.
걸핏하면 등산로를 통제를 하는 행정 편위주의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면피주의가
국립공원을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산으로 만드는 것 같았지요.
차라리 철책을 둘러 놓고 보호하는 건 어떨까를
내려 오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요.
2.
옥수골엘 갔어요.
들머리가 황태 덕장 인근에 위치해서인지
비릿한 내음에다가 이른 봄 날의 이방인의 기척에
동네 개들이 서로간 목청을 올리기 경연 대회를 했어요.
골따라 등산로는 이어지고
흰 색 일변도의 산 속에서
아래로 보이는 좁은 계곡을 보면서
봄날의 도래를 생각했어요.
우수 지난 봄날로 가는 날에
진눈깨비는 가볍게 날리고
지난간 흔적 없는 눈길에
한 발자국씩 발을 옮기며
지난 겨울에 대한 그리움을 저켠으로 보냈지요.
한뎃잠.
몇 잔의 술을 마시면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불놀이야 노래를 불렀지요.
지난 삶이 저렇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했었기를 소망하면서
매캐한 솔가지 타는 냄새에 지난 일들 떠올렸지요.
영화 <퍼펙트 센스>에서 처럼.
후각은 과거의 기억과도 연결이 되는 것인지요.
눈 덮인 길.
이미 갔던 앞사람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돌아 보는 길.
볼수록 작게만 보이고
더러는 계곡 상류의 얼음판에 빠지기도 하면서
허허허 웃으며 함께 보낸 시간들을 묻어 두고 왔어요.
백담사 가는 길.
백담선원
라면 끓이는 냄새를 맡고 나타난 멧돼지 일가
옥수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