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1070910 창암-마장터-대간령 정기산행에서

바람동자 2011. 7. 11. 09:22

  1.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울물은 불어나고

여울의 물 얕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결국은 물 건너기.

넓적다리 위로 전해지는 차가운 계곡물.

한기가 밀려 오기 시작했고

조금 남은 지점에서는 물의 차거움으로 인해 얼른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과거 군인들이 유격 화생방 훈련장을 했던 널직한 공터에는

이젠 사람들 오지 않아 개망초의 흰꽃만 무성하고

어두워져 가는 하늘아래 불빛을 받은 흰 색들 눈에 삼삼하다.

두꺼운 비닐 아래서의 한뎃잠.

계곡 물소리 귀에 점점 크게 들릴 때

밀려온 취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지도 못하고 잠든다.

 

 2.

 아침 나절.

아직도 밀려 오는 전 날의 취기로 가벼운 두통이 찾아 오고

몇 병의 술을 먹었을까를 생각하며 떠넣는 아침 밥.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마장터를 향해 움직인다.

이어서 따라 오르는 계곡 물소리.

짙은 녹색의 풀과 나무들.

몇 개의 계곡물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마장터.

그 곳에 거주하시는 분이 막걸리 한 병을 주셨고

다시 아침 술을 마신다.

술이 한 순배 돌아가고

대간령 지도를 펼쳐 보며 눈으로 따라 그리는 마룻금.

 

 계곡 물소리 잦아 든 곳에 대간령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대간하는 젊은 사람 두 명.

23주간의 주말을 이용한 대간 종주를 했고

오늘이 진부령까지 마지막 날이란다.

두 젊은이에게 보내는 칭송과 한 편 못다한 대간의 꿈.

꿈은 강원도 땅에서 접혔는지, 아니면 관심과 열정의 부족으로 인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금 그 자리에 있을까를 생각하는 그 산들.

 

 물길을 따라 내려 가는 길. 

찬 계곡 물로 인해 발의 시림.

그것은 감각기관을 타고 올라와

머리까지 아프게 하고.

계곡 물과 녹색의 화원에 갇혀서 지낸 푸르름의 하루.

 





참나리






대간령을 알리는 나무 표지판




 산행 들머리인 창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