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10612 울산바위 문리대길

바람동자 2011. 6. 17. 14:28

1.
 전 날 울산바위 인접한 매점 공터에서의 한뎃잠.
늦은 시간 일행들과 만나
산행의 피곤함을 한 잔의 술에 털어 넣으며
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안주가 되어 밤은 그렇게 지나 갔다.

2.
 우리가 오르려는 대상지는 악우길, 문리대길, 비너스길.
악우길은 이미 강릉등산학교 졸업등반 관계로 30여 명이 줄을 지어 서 있어서
문리대, 비너스 길로 파티를 나눈다.

 고수들은 비너스의 엉덩이를 만지러 가고
우리들은 문리대길.
인수봉에선 의대를 섭렵했고,
울산바위에선 문리대길을 가야하니
바위 길에서도 학문의 길은 끝이 없구나를 생각한다.

3.
 그리하여 길을 올랐네.
크랙으로 죽하니 이어진 길을.
날은 흐릿하여 바위의 열기는 조금 사그러들고
틈새로 끼운 손에 혹은 발에 온 몸을 의지한 채로
오르다 본 하늘.
그리고 각양각색의 바위들.
온갖 바위들의 집결장 같다는 생각.
날카로움의 직선보다는
세월에 풍화된 화강암의 거친 둥근 면이
시선을 부드럽게 잡는다.

 등산학교 졸업식날.
졸업 등반 대상지는 울산바위.
그리고 등반 후 정상에서 비박 계획.
어느 길이 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어 피치하고
내리는 비로 포기를 해야만 했던 여름 날의 기억. 
내리는 비로 누운 바위에서 비박을 하며
운무 속 수시로 변하는 설악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셨던 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올랐던 울산바위 전망대.
잊혀진 기억은 새록하니 피어 오르고
철계단을 타고 오르는 발소리.
가까운 길 놔두고 더운 날 바위에 오르는 자들의 심리.
계단 위에서의 어지러움.
여름 날 녹색의 설악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정상에서 만나는 곰바위


문리대길

등반 후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