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10129 우리들 이야기 - 설악산 잦은 바위골에서
바람동자
2011. 2. 27. 20:04
바람부는 날에는 산엘 오르지 말아야 한다네.
겨울이 주는 호된 추위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은 쉽게 겨울 산에 오르지 못할 것.
눈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겨울 산.
가져온 일단의 워킹용 아이젠이 무색해지고
미로와도 같은 계곡을 따라 허우적이며 올랐지요.
그리고 떠억하니 나타난 50미폭.
지나서 100미폭.
바람이 불었어요.
손은 곱아서 감각은 둔화되고
방수방풍의를 꺼내 입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저편의 산봉우리를 보았지요.
긴 보급로 관계로 어려움을 전쟁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참모들.
반면에 현지에서 보급품을 충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밀어붙인 나풀레옹의 러시아 침공.
이에 러시아는 초토화 작전으로 맞서게 되지요.
(2차 대전 때도 독일 침공에 대해 러시아는 다시금 이 작전을 씁니다.
역사는 그래서 되풀이 되나 봅니다.)
기아와 추위 속에서 프랑스군인들은 무력화되고 패퇴하지요.
이 해가 1812년.
러시아정부에서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에게 작품을 의뢰하여 나온 것이 "1812년 서곡" 이지요.
모진 바람 속
계곡의 모든 것들은 얼어가고
물러나야할 때를 안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지요.
올라 갈 때 몰랐던 지리한 하산 길.
온화한 김영동의 "바람소리"가 아닌
온 산을 휘감는 바람이 함께하고 있었어요.
잦은 바위골 바위 위에 놓여진 타인의 작품.
메세지가 주는 상징 (『문학』추상적인 사물이나 관념 또는 사상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일. 또는 그 사물. (표준국어대사전) )성을 생각하며 가볍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