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60418 주흘산(경북 문경 소재)

바람동자 2008. 6. 18. 13:43
1.

 토요일. 수리차 집 나갔던 카메라를 받았다.

작년 겨울 나절에 청풍호수 쪽의 콘도에 놀러 갔다가

카메라 가방 메고 눈 썰매 타다가 급기야는 렌즈필터가 깨져버렸다.

AF(자동초점)기능이 작동을 안 해서 서울 수리센터에 맡긴지가 2주

이상되었고,
제길 수리비만 9만원 들었다.

 카메라와 렌즈를 찾았으니 기념으로 105매크로렌즈 들고

주변 산책.

아파트 그늘진 곳은 아직도 목련이 피지 않았고,

오랑캐꽃, 민들레 등을 찍고 발걸음을

주변의 야트막한 야산으로 옮겨서

진달래꽃 찍고.

꽃 사이로 보이는 부지런한 벌들. 분주하다.

중학교 때 그 맛이 밍밍한 찔레순 따먹다가 벌에 쏘인 이후로

벌만 보면 움츠러든다.

진달래 꽃 색감도 미묘한 차일 보이고 있고,

오후 한 때 그렇게 지나간다.


 2.

  주흘산엘 올랐네.

문경 새재가 위치한 곳.

과거 보는 일행들 속, 보부상의 일원이 되어

나도 이곳을 지나는 과거로의 긴 꿈을 꾼다.

고속도로에서 언뜻 본 산의 외형은 의젓한데

산행시간이 8시간이라는 동승하신 분의 이야기에

다들 떨고 있다.







 아침부터 바람은 많이 분다.

체감온도 역시 떨어지고, 봄날이 되었지만 상의는 겨울복장 그대로

이다.
1년에 한 두번씩 모이는 모임이지만,

우리도 이 모임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다.

같이 가신 분 중에 정년퇴임을 하신 분이 계신다.

작년에 백두대간을 하신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는데

대간종주 끝내고, 그 결과물로 단행본인 책을 갖고 오셨다.

나도 산에 다니는 것을 즐겨하는지라,

"으, 나이 70세에 나도 저렇게 대간종주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한다. 대단하시다.

퇴임해서 나이들고 심도 다빠지고 할 때 어디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

가 무린데,
그래서 "젊어서 노세"를 난 맨날 노래하는데

늦게사 시작하신 취미생활에 흠뻑 빠지신 듯.

목표가 있는 삶은 언제나 행복하다.


 

 
 여궁폭포-7 선녀는 어디로 갔을까? 속세 출장 중인가?

알림 표지라도 해 놓고 갈 것이지. 쯔업.

주흘 산정에서 바라 본 문경읍네. 조그마한 동네의 아지자기함이 느

껴진다.
김홍도, 박정희에 얽힌 이야기가 바람처럼 그렇게 떠돌고

갈 길 먼자. 터벅이면서 걷는다.

저 너머 멀리 과거에 힘들게 올랐던 월악산이 보인다.

 부봉을 가는 길에 대간 길을 만나고.

과거 백두대간 부분 종주를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기린에서 근무시 조침령에서 한계령까지.

가면서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해  산자락이 푹파인 모습도 보고 하면

땀흘리며 지냈던 그 해 여름 한 때를 기억한다.

 나는 지금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폴 고갱의 화제를 생각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걷는다.

 지독한 바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