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21 봄 소풍
봄 바람에 벚꽃들은 어지럽게 날리고,
올 봄도 또 지나가네.
한 편에서의 야외무료 공연.
보이쳐.
혼성아카펠라 그룹.
인간의 목소리는 하늘이 준 자연스런 악기.
스윙글 싱어즈, 킹 싱어즈.
"1812년 서곡"을 아카펠라로 풀어 낸 스윙글싱어즈의 선율이
나른한 오후에 떠다닌다.
- 여의도 윤중로에서.
2.
봄 꽃들 만발했었네.
진달래의 붉은 빛, 목련의 흰 빛
벚꽃의 흰 색이 서로 어울려
고색창연한 건물 속에서
빛나는 봄 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젊음이 넘쳐 흐르는 곳
지나간 대학시절 회상하며
흑백필터를 갈아끼운다.
그래 그 땐 매일같이 놀았지.
무작정 놀쇠로 보낸 대학시절.
흑백을 넘어서 아름답게 기억 속으로
채색되어 온다.
- 연세대에서
3.
말러 "대지의 노래"를 듣는다.
30년대 모노시대의 명연이 발터와 페리어가 부른.
30분 넘게 부른 "고별(Abschied)".
말년 말러의 심정이 전해 지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은 흐린 봄날처럼 그래 쓸쓸하다.
슬프고, 우울하고, 음울한 노래를 들으며,
모노시대의 모노 음성이 주는 아련함에 향수를 느낀다.
칙칙거리는 노이즈도 그렇고 아련하게 들리는 음성도 그렇고
그러다가 루드비히와 피셔 디스카우의 음성으로 다시 듣는다.
좌우 분리도가 뛰어난
음질의 선명성.
안개 속을 걷다가 확 트여진 시계를 확보한 것처럼 명료하다.
하지만 인간의 음성을 듣는 것이기에
오히려 모노반에 애착이 가는 것은 나이를 먹어서 인가?
말러 2번 교향곡을 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30년대 발터연주에서 느끼는 낭만적인 유려함.
흐르는 물과 같은 매끄러움.
반면 래틀의 연주에서 느끼는 힘과 패기.
한편으론 이 두 개가 적절히 조화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을 해보
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
힘으로 넘는 산.
산을 즐기면서 조망하는 사람들의 여유가 나도 생겨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