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7 외출 2 - 삼척
1.
토요일 아침 애 학교 데려다 주고 나오니 무료하다. 전 날 마신
술로 머리는 욱신하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다구경.
마누하님 보고 가자니 좋다하고 해서 출발.
소사 휴게소에 내리니 동네의 한기가 흐르고, 다시 출발한다.
대관령 새로 뻥 뚤린 고속도로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삼척 쪽으로 방향을 잡고 동해휴게소서 후배한테 전화를 걸고
점심 정라항 바다 식당서 만나 곰치국을 먹는다.
오랜만에 후배와의 만남이라 자연스레 소주2병 비우고,
속에서 짜릿해 오는 것이 낮술이 주는 즐거움이겠지.
환선굴로 향한다. 모처럼 운전에서 벗어난 나는
나른한 오후의 햇살로 무척이나 졸립다.
2.
참, 환선굴 가는 길도 멀다.
연일 계속되는 술로 인해 체력도 떨어져서 인지
동굴 입구로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에구, 옛날 동굴 엑스폰가 뭔가를 했을 때 이 노인들이
우찌 여기 올라 왔을까를 생각하니
역시 여행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한다는 짧은 깨우침.
환선굴 넓기도 하다.
비쳐진 불빛사이로 형형색색의 물들이 번져 나고 있었고
세파를 잊고 이곳에서 살면 얼마나 적막할까를 생각한다.
아마 암흑과 고요 속에 물소리만이 들리겠지.
스트로보 없이 잘 안 나오는 카메라를 연실 눌러 대고
(음주 후의 손떨림에 의해서 역시나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다.
스트로보를 친다는 것 자체가 동굴 훼손 행위라는 걸 생각하고
참았음) 둔탁한 계단소리만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알리고 있었다.
3.
에구, 전 날 술을 얼마나 도 마신거여?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에서 곰치국을 먹으면
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일정은 원덕 해신당과 추암해수욕장.
삼척에서 한치를 넘어 원덕을 내려가다가 언덕에서 용화해수욕장
과 장호항을 보았다. 모두가 낯이 익은 풍경들이다.
어지러운 물의 움직임에 과거 군생활의 기억이 떠 오른다.
해신당. 먼저 온 아줌마들 일행의 기묘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과거엔 바닷가 사당 하나만 달랑 있었는데
엑스포 한다고 남근도 깍고 여기 저기서 한편 조악하게
복제된 여러 전시물들이 눈에 띤다.
삼척 추암.
일출사진의 명소. 겨울연가 사진이 걸려 있고 한 떼의 관광객들
이 우르르 몰려 든다. 오징어 한 마리 사서 질겅거리며
추암이 위치한 근처의 동산에 올라 사진 몇 장 찍고
상승기류를 타고 가뿐하게 나는 갈매기의 모습도 보고
멀리론 커다란 배도 보고 그리고 주변에 있는 조각공원을 한 바
퀴 돌았다. 현대 추상조각이라서 무지랑이인 내가 알 수 있는 것
은 없다.
햇살 따스하게 내리쬔다.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었던
행복한 이틀.
일요일 오후시간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었다.
0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