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100831 8월을 생각하며

바람동자 2010. 8. 31. 18:05

 1.
 올해는 여름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가려니 했다.
설악산 하계캠프에 가서 수없이 모기에게 물린 탓으로
긁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다리에 생채기가 났다.
오른손의 봄날 접촉 피부염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반바지를 입을 때마다 다리에 난 생채기를 보면서
무더웠던 지난 여름날을 떠올린다.

 2.
 모딜리아니 영화를 다시 본다.
너의 영혼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릴 수가 있게된 쟌의 눈동자.
광기를 접으면서 그가 내뱉은 말
"카라 이탈리아" (그리운 이탈리아여)
영화 속의 풍경은 비가 내리고 언제나 음습하다.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아베 마리아의 선율이 엄숙한 느낌을 주며
쟌느와 그리고 모디 주변의 친구들과의 교우.
궁핍한 시대의 예술가의 삶.

 그의 죽음 직전에 나타났던 두 여인 중 영국여성인 베아트리스.
그녀가 헤어지며 한 말 이후 그는 자신만의 그림세계로  들어갔다.
이후 쟌느와의 운명적 만남.
자기 희생을 바친 청순한 사랑.
쟌느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행복했었을 모디를 생각하며
갈 곳 없어 밤길을 헤메는 가난한 연인의 모습이 겹쳐 진다.





 그리고 이중섭.
전쟁 중 생활고로 인해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참담함.
전쟁 중 피난지인 제주도에서 보낸 1년 남짓한 가족과의 생활이
그에게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시절이었으리라.
그후 일본에서 1주일간의 가족과의 만남. 이별.
그리고 다시금 찾아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일본행을 위한 2번의 전람회는 결국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실의에 빠진 무기력한 생활.
영양실조. 간염.
격동과 혼돈의 시대를 살다간 화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자신과 닮은 모습으로 그려낸 <노을 앞에 울부짖는 소>
행복했던 시절과 다시 가족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그려낸 엽서그림, 은지화.
다시금 나에게 행복했던 시절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3.
 FM을 통해서 들은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부분에서 다소 느슨한 듯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는다.

 1,2 악장의 음울함 영웅의 죽음.
4악장 알토의 독창 그리고 5악장 부활의 모티브가 울려 퍼지며
피날레로 가면서 느껴지는 열정과 웅장함.
과거의 기억은 스멀거리며 떠오르고
연주이후 한 동안의 여운과 감동.

 늦은 밤 말러는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4. 
 몸과 마음이 게을러져서 다잡느라고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8월초에 책 한 권 중간까지만 읽고 그 뒤 개학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스린다.
어느 날 늘어난 몸을 보며 그해 지독한 더위를 생각해본다.

이덕일, <조선왕 독살사건> 1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 2 (효종에서 고종까지), 다산초당
신정일, <똑바로 살아라-신정일이 쓴 조선의 진보주의자들>, 다산초당
조용훈, <탐미의 시대-열정의 화가 매혹의 그림읽기>, 효형출판 
앙드레 살몽,강경 옮김, <모딜리아니 열정의 보엠>, 다빈치
최석태, <이중섭평전>, 돌베개
J.M. 바스콘셀로스, 박동원 옮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동녘

 8월 읽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