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3 일요일의 하루 - 동아마라톤
제길 주말 날씨를 보니 황사에다가 날씨가 추워진덴당. 토요일날 가까운 산이라도 가려고 했는데, 먼 산과 하늘을 보니 장난이 아니라서 포기. 나도 오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흐린 하늘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납디다. 뛰기 전 날은 항상 마음만 분주하다. 번호표 붙이고 장갑에다, 날 추워지니 안 입던 타이즈(사실은 큰 애 쫄쫄이 옷)에다 귀마개까정 놓고 잠을 자려니 잠도 안오고 그렇다.
새벽 4시30분에 출발하는 대절 버스를 타기 위해 밖을 나가니 이거이 추위가 기상예보가 딱 맞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더 떨어지며 함난한 하루를 예고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수인사하고 버스에 올라 목도리로 눈 가리고 안 오는 잠 억지로 청하고 가는데 히터를 튼 차지만 아래가 썰렁하다. 밖이 추운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서울 광화문까지 갔다.
차에서 내리니 찬 바람 횡하니 불고 이거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작년에도 날씨가 추워서 애 먹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같이 탔던 사람은 다신 동아 안뛴다고 했다. 날씨의 영향이 컸으리라.) 옷 갈아 입으려 탈의실에 들어 가니 바람을 피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완전 반바지에다 반팔이다. 보는 사람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내 교통 통제 관계로 마라톤은 오전 8시에 시작되었다. 시작 전 나는 추워서 지하도에 있다가 그룹별 출발을 알려서 그 때 나가서 뛰었다.
추운 날씨로 인해 기록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두고 그렇게 뛰었다. 추운 날 의경들이 고생이 많다. 골목 골목의 차량을 통제 하느라고 꼼짝 않고 서 있다. 남대문 거쳐서 청계천 물길따라서 또 뛴다. 반대편으론 이미 A그룹의 선수들이 가는 것이 보이고 그렇게 또 뛰어 갔다. 도중 기권의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참, 돈 찾아 놓은 것도 없어서 비상 택시비 만원도 주머니에 넣지 못했고, 파워젤(탄수화물 행동식)도 못 샀으니, 쌍코피 터지면서 뛰는 수 밖에 별도리가 없다.) 그렇게 뛴다. 나에겐 25키로에서 30키로 지점이 조금 취약한 곳인데, 이곳에선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30키로 지점에서 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뛴다. 쥐가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일말의 불안심을 안고, 다리를 건너서 뛰는데 강바람에 몸이 휘청하며 한기가 확 밀려온다. 목표지인 종합운동장이 보이고 뛰어 가는데 페이스메이커를 만났다. 불쌍한 페이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를 알리는 풍선은 바람에 날린지 오래고, 다른 사람들 구령 붙여주고 하다 보니 오버페이스가 된 것 같다. 그에게선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앞으로 남은 것은 2키로 정도. 그간 다리에 쥐가 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과거엔 30키로 이후에서 쥐가 나서 걷다가 뛰다가 했었는데. 드디어 종합운동장. 추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가족과 단체를 찾고 있다. 반면 나는 황량한 독립군. 이럴 때 자유를 느낀다. 마라톤 시계의 스톱버튼을 누르면서 2006 나의 동아마라톤은 끝이 났다.
뛰다 보니 모자 쓴 사람 땀이 머리 옆으로 나왔는지, 머리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고, 급수대의 버린 물로 길바닥이 얼어있었다. 목욕탕서 만난 사람들 저희끼리 왈, " 야, 손가락 끝 좀 펴졌냐?" 눈물 나도록 추운 날이었다.
쇠붙이 메달만 또 하나 늘어 났고. 올해 목표의 1/2은 했구먼. 어젠 다리 별로더니 오늘은 오후되니 쬐끔 소식이 온다.
에고, 주인 잘못 만나서 몸이 고생한다. 수고혔다. 몸아.
오는 4월에 있는 호반마라톤도 또 뛰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