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0071718 천화대 정기산행에서
바람동자
2010. 7. 25. 12:50
1.
비가 오락가락한 궂은 날이었지요.
오르고자하는 우리들의 의지가 함께 했었고
자연 속에서 교감을 나눈 날.
3P 넘어서부터는 둔한 기억력의 한계로 숫자에 대한 개념은 없어지고
그저 주변 산군이나 보면서 몸을 움직이는 수 밖에.
왕관봉을 지나 날은 어두워지고
서둘러 비박지를 만들고
밤새 추적이며 비 내렸지요.
빗소리는 불규칙적으로 들리고
뿌연 시계로 보이는 동해 오징어잡이배들의 불빛.
비 내리는 어둠 속 우리가 있었지요.
2.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범봉에 올랐지요.
살면서 무언가 하나씩 소망한 것 중 하나인
천화대 범봉에 오늘 섰어요.
버킷리스트.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는 세찬 바람이 함께하고
나도 바람이 되어 비상하고 싶은 날.
건너편의 공룡능선이 1275봉을 중심으로 주욱하니
산길은 이어지고 시선은 저멀리 산끝을 향했지요.
지독한 바람이었어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범봉 하강 중 자일이 꼬였지요.
두 사람이 체중을 실어도 내려 오지 않은 자일.
긴장감이 흐르고 삶이란 이런 것인지요.
결국은 잦은바위골로 내려 가지 못했지요.
터덕이며 가파른 설악골로 내려갈 즈음
물소리 크게 올라왔어요.
물의 시린 기운과 숲이 에워싸고
어지럽게 흐르는 물따라
설악골을 빠져 나오니
훅하니 더운 공기가 밀려 왔지요.
WITH G10
멀리 보이는 왕관봉(다른 팀)
왕관봉
왕관봉 지나 비박지 정리
전위봉에서 본 범봉
100117 공룡능선 신선대에서 본 범봉
그리고 우리가 등반했던 울산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