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60301 어제 술을 마시다가 그리고 오늘

바람동자 2008. 6. 18. 10:01

 어젠 전입교사 환영회식.

 참 번갯불에 콩 궈 먹는 식으로 울 학교는 모든 일을 빨리도 한

다.

술 마시다가 그야말로 요샌 한 일이 없어서(근래 산에도 못 다니

고 그랬다.)

오늘 3.1절 마라톤을 한다는 생각이 퍼득 떠 올랐다.

마침 학교에서 한 분이 참가를 한다길래

심심해서 그야말로 심심해서 그리고 한편의 오르는 취기로

"에이 내일은 뜀뛰기나 하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또 술을 마셨다. 1차 후 "2차가자."는 후배의 권유를

완곡하게 물리치고 착하게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늘 아침 늦은 시간에 일어 나서 보니

괜한 걱정이 앞 선다. "나 어제 술 마셨는데." 라는

생각에다 최근 날마다 주력 향상에 힘쓴 것에다

숨쉬기 운동만 열심히 한 것 등이

나의 몸과 마음을 위축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뛰기로 결정.

마음을 다잡으니 한결 편안하다.

 

 강원일보사 앞.

형형색색의 옷들이 현란하다.

아침에 허겁지겁 옷을 찾다가 얇은 긴 상의를 찾지 못해

반팔 티만 달랑 입었는데, 차에서 나오고 보니 아구 추워라.

팔에 소름이 돋고 준비 운동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출발 신호가 나서 뒤었다. 울 학교 샌님과 같이.

그 분은 나보다 7년 연장자인데. 내가 최근 운동을 안해서

그 분 뒤만 졸망졸망 따르기로 마음 먹고 천천히 뛰니

역시 팔다리가 자유롭게 논다.

기록에 대한 압박이 없으면 이렇게 편안한 것을.

바람 부는 날 그렇게 쉬엄쉬엄 뛰었다.

마지막 10여분 남기고 같이 가신 샘이 못 뛰겠다고 하면서 걷는

다.
나보고 먼저 가라는데 주춤하다가 다시 뛰어갔다.

제길 몸이 주인을 잘못 만나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으니

불쌍하다 이 내 몸. 누가 알아줄꼬.

결승선에 들어오니 참가비도 내지 않은 나에게 번호표를 준다.

번호표 들고 가서 보여 주니 러닝용 나시티를 하나 준다.

횡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