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0061113 울산바위 나드리길 # 1

바람동자 2010. 6. 15. 20:44

10. 06. 12.(토)

(지옥문 - 전망대 철계단 - 14P 누운 바위 동굴(비박))


1.

  1 여년 만에 다시 찾았지요.
울산바위 아래 매점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요.
짐을 꾸리다가 똑딱이 카메라 쪽으로 손이 자꾸 갔지요.
이틀 내내 온전히 지고가야 할 배낭의 무게 때문에
카메라 만지작거리다 우둔한 자 1224 렌즈까지 넣었어요.
밤의 적막 속 어깨와 발끝을 내리 누르는 하중을 몸으로 느꼈지요.

 어둠 속 가느단 불빛의 시각에 의지해서 비박지에 올랐어요.
물소리는 어지럽게 들리고 하늘을 보니 별들 하나 둘씩 떠있고
어둠으로 인해 대상지는 보이지 않고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얼마나 깊어 가는 것인가를
늦은 시간 술을 마시며 생각했어요.

2.

 흐린 아침 언뜻 당신을 보았지요.
그리곤 비가 내렸지요.
이 상황에서 등반을 해야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했지요.
그리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어요.
약해 진 빗발을 틈타 출발지인 지옥문을 향해 갔지요.

 그치던 비 다시 오고
뒤돌아 본 설악은 운무에 싸여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촛대봉과 가깝게 보이기만 하던 달마봉이 운무에 가려 저멀리에 있었지요.
그리고 좁은 동굴.
거친 호흡으로 숨은 가빠지고
안경은 김이 서려 앞을 볼 수가 없었지요.
통과하기 어려운 곳에선 배낭을 벗어서 앞으로 밀고 몸이
그 뒤를 따르고 대낮 어둠 속에 있었어요.

 배낭을 들어 올리면서 15년 전 그때는 어떻게 갔을까를 생각하다가
지금 시간이 내 삶의 가장 젊은 때라는 마음을 되잡고
내리누르는 배낭 무게를 이기려고 했지요.
그리고 철계단 쪽으로의 하강.
배낭의 무게로 몸이 뒤로 젖혀졌지요.

 전망대.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고
지친 몸은 흐려진 정신과 함께 흐느적였지요.
길들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이어지지 못하고
물기 묻은 바위로 전해지는  두 다리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그렇게 갔지요.

 지친 육신.
밤중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근처에 동굴이 있는 누운바위에서 비박하기로 결정을 했지요.
앉아서 보는 설악의 변하는 풍경들.
나한봉, 화채봉, 범봉, 중청, 대청 그리고 이어지는 능선들.
구름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당신.
시리도록 다가오는 초록의 산.
그리고 우리가 올랐던 봉우리를 보면서
시간 속에 녹아들어 간 기억의 인자들을 세우고
오후 나절 변해가는 운무 속의 산 모습을 보다가
이젠 되돌아 서서 마음 속으로 그렸지요.

 




       촛대 바위

      촛대 바위 그리고 달마봉

      달마봉

       전망대 철계단 하강지점

      전망대



      대청 중청 방향



















       미시령 방향

      세존봉 방향

    





      비박지(누운 바위)에서 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