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30 3월 흐린 날을 기억하며
1.
미술관의 한 켠 구석에서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을 본다.
긴 목선과 비대칭의 푸른 눈.
검은 옷 그리고 어두운 배경.
한참동안이나 작품 앞에 서성거리며
잔 에뷔테른의 짧은 삶을 생각한다.
아침 햇살이 나무가지 위로 다사로이 퍼지고
강변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도시.
따뜻한 봄날 강가에서 느끼는 서정을
3월에 느끼고 싶었다.
햇살가득 머금은 나무아래
강변으로 부는 봄바람.
흐릿하게 아침의 풍경이 다가 온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필라델피나미술관 전시회에서)
2.
흐릿한 눈 비비면서 책을 읽는다.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클래식 명곡을 낳은 사랑이야기>.
나이 63세에 38세의 연하인 유부녀에게 사랑에 빠진 야나체크
이야기를 읽으면서 천사 미카엘이 알아 낸 것처럼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는 것과
그러한 열정이 삶의 동력이 되고
경이적인 창작력을 발휘한 힘이 되고 있음을 생각한다.
말러와 관련된 내용을 읽다가
오스카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라는
자신의 내면 심정을 나타낸 그림을 보게된다.
화가 옆에 누운 알마는 눈을 감고 깊고 평온한 잠을 청하지만
남자는 잠을 못이루고 쾡한 눈을 뜨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정열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질없는 것.
알마의 인형을 제작해서 곁에 두었던
그의 한 여자에 대한 집착과 편집증.
고질적인 집착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남녀간 서로의 생각과 사랑이 단절되어 있고
허무하다는 것을 보나르의 그림 <남과 여>를 통해서도 읽는다.
오스카코코슈카 - 바람의 신부
보나르 - 남과 여
3.
전원경 <짧은 영광 그래서 더 슬픈 영혼>, 성석제 <농담하는 카메라>
노형석 <한국 근대사의 풍경>, 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올리히 룰러(강혜경 외) <음악에 미쳐서>
니시하라 미노루 <클래식 명곡을 낳은 사랑이야기>,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3월 흐릿한 날을 채워주었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