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0011617 설악산에서(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바람동자
2010. 1. 18. 14:46
1.
오후나절 길게 늘어진 햇살에
멀리서 빛나는 울산바위를 보면서
다시 찾은 설악에 가벼운 흥분이 일었지.
설악골 입구를 지나 잦은바위골 들머리에 이르렀을 때
같이 온 후배들은 백미폭 빙벽 등반을 위해 헤어졌고
다시 산길에선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고
혼자되어 눈길 걸어 올랐네.
양폭산장을 지나 이어지는 계단 길.
카잘스의 "새의 노래"를 생각했었지.
그의 고향에서 우는 새의 울음소리.
피스. 피이스.
그리고 연주 중의 그윽한 허밍.
밤의 적막.
철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의 반향을 들으며
어둠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었네.
희운각대피소에 이르는 된비알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몇 번이나 쉬면서
산에 왜 왔는가에 대해 스스로 물었네.
골바람 잠시 불고 푸근하게 느끼는 산길.
불빛을 받은 눈들은 어둠 속 반짝이며 빛나고
전해지는 발밑의 보드라운 감촉을 느꼈지.
고개 넘어로 보이는 희운각의 불빛.
오후 세시 넘어 마등령에서 공룡을 탔던 과거 겨울 날의 기억.
극심한 다리의 근육통으로 인해 걷다 쉬다를 반복했고
어두워 가는 산길에서 나약해져가는 육체와
흐릿한 정신을 되살려 준 멀리서 본 희운각의 불빛.
나오미의 종착지였던 코츠뷰의 불빛만큼이나 반가왔던 것.
초보 산행시절의 무모한 겨울 산행을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네.
시각에 의해 희망을 가졌던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대피소 주변에서 음식냄새를 맡으며
후각을 일으켜 세우고 대피소에 들어 섰었지.
2.
홀로 산행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쉬고 사진도 찍고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산행에는 산을 가까이하는 친구들 한두 명은 있어야 하는 것.
체험에의 공유가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산의 어진 덕을 함께 이야기하며
산이 주는 인자함을 느끼게 되는 것.
겨울 신선대에 올라섰지요.
여명이 걷히고 아스라니 펼쳐진 겨울 산의 풍광이
가슴 앞으로 다가오고
주변의 산군들을 보면서 가야할 곳을 머리 속으로 그렸지요.
그리고 범봉.
천화대리지를 하면서 시간부족으로 인해
범봉까지 가지 못하고 왕관봉에서 늘상 하강을 했었지요.
그래서 범봉에 오르기 위해
설악골 깊은 골짜기를 따라 범봉리지하러 올라 갔었지요.
길을 잘못 찾아 드는 바람에 범봉은 지나쳐 버리고
잦은 바위골 백미, 오십미 폭포로 하강을 했었던 일.
범봉을 바라 보면서
과거 이루지 못한 꿈과 범봉 등반에 대한
새로운 소망을 생각했지요.
기억에의 함의.
오른쪽으로는 유선대와 왼편의 장군봉 남서벽 사이의
마등령 내려 가는 길을 가면서
바람 잔잔한 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오늘 같은 날은 햇살 잘 드는 이곳
장군봉 남서벽 등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시간 기록
100116(토) (16:05) 설악동 - (17:17) 잦은바위골 입구. 일행과 헤어짐 - (19:22) 희운각대피소
100117(일) (06:30) 대피소 출발 - (07:10) 신선대, 사진 촬영, 해맞이 - (08:20) 신선대 출발 - (09:58) 1275봉 - (11:43) 마등령 - (12:25) 중식 후 출발 - (14:26) 비선산장 - (14:57) 산장출발 - (15:35) 설악동 (총 9시간 소요)
설악의 여명
신선대에서 본 공룡능선
범봉 이미지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달마봉
서북능선(귀때기청 그리고 오른쪽 멀리 안산)
화채봉
1275봉 주변
중청과 대청을 뒤로 하고
범봉 그리고 천화대
1275봉
1275봉을 내려오는 등산객
세존봉과 울산바위
걸어 온 능선길 돌아보며
용아장성 실루엣
세존봉과 달마봉
천화대
삼형제봉(장군봉-무명봉-적벽)
장군봉
돌아 가는 길
범봉을 배경으로 아쉬움을 달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