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91114 설악 귀때기청봉을 오르며
바람동자
2009. 11. 15. 22:59
시간기록
(08;46) 한계령 매표소 - (10:53) 갈림길 - (11:43) 귀때기청 너덜지대 시작점 - (14:27) 귀때기청 - (15:50) 갈림길 - (17:10) 한계령 휴게소
산에 못 간 자
며칠간 산에 대한 긴 꿈을 꾸었지.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을 서성이게 하며
겨울로 들어선 설악을 생각했었네.
매표소를 서둘러 지나
한계령 아래 운무 속에 펼쳐진 칠형제봉을 보며
흐린 하늘 계속 쳐다 보았지.
가슴 속으로 다시 지나가는 바람.
낮게 뜬 높이 나는 새 까마귀.
그리고 생활에 찌든 자의 흐릿한 눈이 만나는 겨울 흔적 눈.
동고비 한 마리 주변 배회하고 있었지.
이전의 발자국은 이미 끊어진 지 오래이고
개스가 가득차서 주변 볼 수 없는 아침.
자취없는 눈길 위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찾으며
뒤로 남겨진 내 발자국과 함께 나는 가고 있었네.
눈 속에 묻힌 낙엽을 보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가을의 꿈을 보았지.
갈림길에 섰었네.
주변의 산들은 보이지 않고
능선을 타고 오르는 거친 바람 소리만 들렸지.
귀때기청을 오르는 너덜지대 시작점에서
바위 위에 쌓인 눈과 그 칼바람 소리에
머뭇거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네.
흐린 하늘은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능선으로 오르는 칼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배낭 벗어 던지고 지형정찰에 나섰지.
너덜지대로 오르는 바람에
시린 눈은 눈물이 앞을 가려 거리가 분별이 안 되고
콧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바람은 나의 몸을 휘청이게 만들었지.
다시 너덜지대 시작점에 돌아 왔었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김밥 몇 개 먹으면서 시간 보내며
날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네.
얼마쯤이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 공룡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설악의 자락이 파노라마의 장면으로 다가 왔었지.
가고자 하는 귀때기청봉 쪽은 아직도 흐려 있었네.
마음 다잡은 자
바람 속으로 발길을 옮겼지.
한 겨울 속 산중에 내가 있었네.
아무도 없는 설산에서 밀려오는
눈부심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었지.
대나무 장대를 배낭 뒤에 올려 놓고
홀로 이 산 저산으로 떠돌아 다녔던
우에무라 나오미(일본 산악인)가 가졌던 고독.
이와는 대조적으로 혼자 있음으로 인한 불안함.
밀려 오는 쓸씀함에
나약한 자신을 탓할 수도 없었네.
지독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무뎌지는 손끝의 감각을 느끼며
저 멀리 가리봉과 주억봉을 보면서
귀때기청을 향해 허위허위 몸을 움직였지.
오후의 시간은 흘러 가면서
마음 속 내심 불안해 졌었지.
돌아오는 길
올라왔던 길에 찍힌 내 발자국에 의지하며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면서
터덕이며 그 길 내려 왔었네.
칠형제봉의 아침
공룡능선
귀때기청봉
멀리 보이는 중청 그리고 대청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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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6) 한계령 매표소 - (10:53) 갈림길 - (11:43) 귀때기청 너덜지대 시작점 - (14:27) 귀때기청 - (15:50) 갈림길 - (17:10) 한계령 휴게소
산에 못 간 자
며칠간 산에 대한 긴 꿈을 꾸었지.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을 서성이게 하며
겨울로 들어선 설악을 생각했었네.
매표소를 서둘러 지나
한계령 아래 운무 속에 펼쳐진 칠형제봉을 보며
흐린 하늘 계속 쳐다 보았지.
가슴 속으로 다시 지나가는 바람.
낮게 뜬 높이 나는 새 까마귀.
그리고 생활에 찌든 자의 흐릿한 눈이 만나는 겨울 흔적 눈.
동고비 한 마리 주변 배회하고 있었지.
이전의 발자국은 이미 끊어진 지 오래이고
개스가 가득차서 주변 볼 수 없는 아침.
자취없는 눈길 위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길을 찾으며
뒤로 남겨진 내 발자국과 함께 나는 가고 있었네.
눈 속에 묻힌 낙엽을 보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가을의 꿈을 보았지.
갈림길에 섰었네.
주변의 산들은 보이지 않고
능선을 타고 오르는 거친 바람 소리만 들렸지.
귀때기청을 오르는 너덜지대 시작점에서
바위 위에 쌓인 눈과 그 칼바람 소리에
머뭇거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네.
흐린 하늘은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능선으로 오르는 칼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배낭 벗어 던지고 지형정찰에 나섰지.
너덜지대로 오르는 바람에
시린 눈은 눈물이 앞을 가려 거리가 분별이 안 되고
콧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바람은 나의 몸을 휘청이게 만들었지.
다시 너덜지대 시작점에 돌아 왔었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김밥 몇 개 먹으면서 시간 보내며
날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네.
얼마쯤이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 공룡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설악의 자락이 파노라마의 장면으로 다가 왔었지.
가고자 하는 귀때기청봉 쪽은 아직도 흐려 있었네.
마음 다잡은 자
바람 속으로 발길을 옮겼지.
한 겨울 속 산중에 내가 있었네.
아무도 없는 설산에서 밀려오는
눈부심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었지.
대나무 장대를 배낭 뒤에 올려 놓고
홀로 이 산 저산으로 떠돌아 다녔던
우에무라 나오미(일본 산악인)가 가졌던 고독.
이와는 대조적으로 혼자 있음으로 인한 불안함.
밀려 오는 쓸씀함에
나약한 자신을 탓할 수도 없었네.
지독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무뎌지는 손끝의 감각을 느끼며
저 멀리 가리봉과 주억봉을 보면서
귀때기청을 향해 허위허위 몸을 움직였지.
오후의 시간은 흘러 가면서
마음 속 내심 불안해 졌었지.
돌아오는 길
올라왔던 길에 찍힌 내 발자국에 의지하며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면서
터덕이며 그 길 내려 왔었네.
칠형제봉의 아침
공룡능선
귀때기청봉
멀리 보이는 중청 그리고 대청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