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90729 강릉 애(7) - 사천항

바람동자 2009. 7. 29. 07:27

 새벽 두시 넘어서 추적이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지요.
일출 전 안목에서의 출항 모습을
찍으려던 생각은 순간 머리 속으로 사라지고
그래도 지친 몸 일으켜 세웠지요.

 카메라를 준비하고 나섰지만
비는 연해 내리고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사람없는 쓸쓸함이었지요.

 몇 개 가져오지 않은 씨디 중에서
뮌쉬가 지휘하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또 들으며 입으론 웅얼거립니다.
어디로 갈까하다가
해안도로를 따라 쭈욱하니 가다가
사천항에 오게 되었지요.

 밤새 비를 맞은 배들이
정박하고 주욱 늘어진
작은 항구의 풍경과
한쪽에서 비를 긋고 있는 갈매기 무리와
아침 생업을 위해 
방파제 등대 사이로 떠나는 배들을 보았지요. 

 그리고 문득 추적이는 빗소리에
배다리마을의 옛 숙소가
보고 싶어져서 방향을 바꾸었지요.
이른 아침부터 관리하시는 분이
굳게 지키고 있고
나아가지 못하는 나의 계획들.

 그저 동구 밖에서 마을 주변을 서성이면서
깨꼼발로 서서 활래정을 보았을 때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으로
넘어 가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