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60831 8월 그 마지막 날에

바람동자 2008. 6. 18. 09:09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 이성선(1941~2001)의 '도반'

 

 깨달음은 언제나 늦게 오는 모양이다.

늦게 시작한 일에 재미를 붙여  날 새는 줄 모르는 것처럼.

그러난 그 늦음을 인식하고 있는 자의 더딘 행동은 마음만 더욱

초조하게 만들뿐이다.

 

 더웠던 그 해의 8월이 가고 있다.

나는 얼마큼 성장했으며, 얼마나 내 삶이 유연해 졌을까는 묻는

아침.

동행자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