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90315 뜀박질 이야기

바람동자 2009. 3. 16. 18:51

 1.

 

 동아마라톤 대회는 다가 오는 데

연습은 하지 못하고 술잔이나 기울이며 1, 2월을 보냈다.

기껏해서 한 것이 3주 전에 두어시간 반 정도 혼자서 뛴 것과

3월 1일 강원일보 마라톤에 뻐꾸기(돈 안내고 참가하는 것)로 하프 뛴 것 외에는 없었다.

 

 전 날,

 번호표를 붙이며 과연 풀코스를 뛸 수 있늘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마음은 나약해 진다.

 

 2.

 

 아침 나절.

날씨 쌀쌀하다.

강추위로 뛰는 사람 머리에 고드름 주렁주렁 달렸던

몇 해 전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수많은 사람 속에서 나도 몸을 움직인다.

소지품 보관하기 전에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경기 포기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끝이 났고

이제는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드디어 출발.

군중 속에서 나를 발견하리란 쉽지는 않지만

그 속에 있는 내 자신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며

주변을 두루 살피면서 발길을 내딛는다.

 

 주인을 따라 나선 개.

등판에 주인 번호표를 달고 용하게도 주인을 따라서 뛴다.

저러다가 주인 잘 못 만나 개 죽는 것 아닌가를 생각하고,

고창 고인돌 마라톤 축제를 홍보하러 나온 어떤 사람은

원시인 복장으로 뛰고,

도라에몽 복장을 한 어떤 아주머니도 만나고

길가에서 뛰는 우리를 응원해 주는 지역 구민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강력한 응원.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공사 중인 숭례문을 지나 청계천변을 지나간다.

일요일 아침의 천변 풍경.

마라톤에 대한 사전 홍보 관계로 사람들의 움직임은 많지 않다.

반대편으로 보이는 선수들의 기민한 움직임.

그리고 그룹들.

3시간 이내(소위 SUB 3) 드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마치 깃발부대같이 빨리 그리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있다.

세운상가를 지나서 새를 파는 곳에선 각종 새들이 많은 무리들의 움직임에 놀라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하여 하프는 지나고 30여 키로 지점 가다가

길거리에서 응원 중인 옛날 같이 근무했다가

타시도로 전근을 간 선생님을 만났다.   

이십 수 년을 뛰어 넘은 시간을  실감하면서 노상한담하다가 다시 뛴다.

 

 32키로를 넘어서면서 기다한 다리와 저 오른 쪽으로 골인지점인 종합운동장이 보이고

이제 남은 것은 7키로.

지나 간 시간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고,

목적지가 보이는 구불구불한 희망.

드디어는 마지막 4키로 남기고 오른쪽 위 다리에서 고통의 신호를 보낸다.

1키로씩 알리는 표지판을 거점을 삼아 굳어진 다리 스트레칭하며

결승점에 이르는 길은 언제나 쉽지않다.

훈련 부족을 느끼며 절둑이며 종합운동장 트랙을 돌며

지나간 겨울 날 음주가무의 나날들을 생각했다.

 

 달랑 메달 하나 더 늘었고,

한편으론 충분한 연습을 못했지만 완주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저 주인 잘 못 만난 몸에게 감사를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