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90105 유한라산기

바람동자 2009. 1. 7. 15:50

1. 일시: 2009.01.05 (제주 직원연찬회 중)
2. 대상지: 한라산 성판악 코스(원점 회귀)
3. 참여 인원: 24명
4. 시간 기록  (08:36) 성판악 입구 - (09:41) 무인 대피소 - (11:00) 진달래 대피소 - (12:30) 동능 정상 - (13:42) 진달래 대피소, 중식 - (14:07) 대피소 출발 - (14:42) 샘터(사라악약수) - (14:56) 무인 대피소 - (15:41) 성판악 입구

                               다음 날(090106) 절물오름(700M) 전망대에서 본 한라산

 전날 나는 하얀 설산 속에서 당신에 대한 긴 꿈을 꾸었지.
그리고 겨울철에 처음으로 가보게 되는 한라산에 대한 생각으로 가슴이 뛰었지.

 성판악 입구.
산중턱에선 벌써 산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고 산행 채비하고 몸을 움직였지.
앞 사람이 올라간 눈길의 흔적과 눈 속의 활엽수를 보면서
색다른 느낌을 가졌었네.

 여름 날 땀흘리면서 올랐던 그 화산암의 울퉁불퉁한 돌길이
산행 끝날 즈음에 다리를 퍽퍽하게 만들었던 여름 길과는 달리
눈 덮인 그 겨울 산길을 따라서 올랐네.

 멀리로 보이는 것은 없었네.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 1,600 고지를 넘어서야 보였던
그 푸른 하늘 그리고 여름 날 보았던 마을과 바다의 풍경들은
흐린 날과 개스로 인해 볼 수가 없었지.

 정상 동능으로 이어지는 지리한 계단 길.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 오고
짙은 개스로 인해 방향을 잃어 버렸네.
보고 싶던 겨울 날 백록담의 풍경 머리 속으로 그려 보면서
같이 오른 일행들의 머리엔 눈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 오르고 있었네.
조여청사모성설.
눈 속에서 푸른 의연함의 구상나무와
서쪽에서 부는 상승기류를 타고 가볍게 나는 까마귀의 무리들.

 정상주 마시며 흐린 날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았지.
그러다가 일순간 햇살이 비추고 다시 흐려지고
그때마다 홀연히 나타나는 그 산의 자태를 나는 보았지.
가을 신선대에서도 바람의 흐름에 따라 구름이 걷히면서
공룡능선의 쭉 뻗은 산  모습을 보여 주었지.
짧음으로 인한 아쉬움을 느끼며 느릿하니 내려왔네.

 아이젠을 안 한 두 다리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몰려 오는 구름 속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저 너머의 풍경들.
군데군데의 자그마한 쉼터에서 본 윤기 쫘르르 흐르는 까마귀를 보면서
일본 신사에서 본 그 까마귀 생각했지.

 막걸리 마시면서 올려다 본 하늘.
흐린 날, 한라산의 참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찌할꺼나. 그 산은 그대로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