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26 푸치니 "라 보엠" DVD를 보다가
푸치니 "라보엠" DVD를 고른다.
박종호의 책에 추천반으로 나와 있는 것은 TDK에서 제작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실황인 이른바 스칼라 판이다. 전번 날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TDK의 리세우판으로 구입을 하였더니 가격의 문제(다른 DVD의 두 배, 오히려 아마존에서 쉬핑하는 것이 더 싸다.) 와 언어문제(한글 자막 지원하지 않음)등의 이유로 인해 메트의 홍혜경이 무제타로 나온 TDK판을 포기하고 레바인이 지휘한 메트판(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을 구매했다.
DVD를 켜니 반가운 얼굴들이 나오는 데 화질에 열화가 생겨서인지 분명하지 못하고 동작에 잔상까지 생겨서 내지를 살펴 보니 지금으로부터 30년이 훌쩍 넘은 1977년 메트 실황 공연이였다. CD를 통한 파바로티와의 만남은 있었지만, 3테너 공연이후 오페라 DVD를 통해서 그의 공연을 간접적으로 본다.
흐릿한 영상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전성기 시절의 풋풋한 파바로티의 음성.
육중한 성악가의 몸통은 전체가 울림통인 것.
"그대의 찬 손"을 부르면서 올라가는 높은 C의 막힘 없는 소리.
그 막힘없는 고음으로 인해 그는 내가 좋아했던 오페라 가수 목록에 올랐었다.
삼십 세 중반의 메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제임스 레바인의 모습도 풋풋하다.
반면 미미역의 소프라노는 외양상 그야말로 피오나공주이다.
"라 트라비아타" 초연시 비올레타역의 거대하고 육중한 몸매의 소프라노가 마지막에 쓰러졌을 때
관객들이 깔깔거리고 웃어서 공연이 실패로 돌아간 이야기를 생각하며
AV시대인 이제는 소프라노도 배역에 맞게 날렵한 몸매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가난하지만 젊음의 열정으로 인해 행복했던 시절을 "라보엠"을 통해서 다시 본다.
시인, 화가, 철학자, 음악가의 4명의 청년의 한 건물 다락방에서 자취 생활.
상냥하고 아름다운 희고 작은 손을 가진 미미를 사랑하게 되는 로돌프.
만남과 헤어짐이 인간의 일상이거늘, 오페라는 대부분 비극으로 치닫는다.
파바로티가 생각이 나면 다시 이 DVD를 보게 되겠지.
사람은 가고 없지만 남아 있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생각하면서
지난 날 그렇게 보고 생각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