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81031 시월 다가는 날에 - 근황 하나.

바람동자 2008. 10. 31. 12:37

1.

  며칠 전 부터 술 먹고 속이 부데껴서

오늘은 내시경을 검사 받다.

비는 지척이면서 오는데,  누워서 본 내시경 검사실은 흰 형광등만 보인다.

결과는 일상처럼 약간의 위염.

 

 술을 마셔 대면서 배탈이 낫기를 바라는 우둔한 자.

어제도 모임이 있었고, 오늘은 행정실장 송별연.

더 아파 봐야할 것.

 

 2.

 

 그 노므 마라톤 뛴다고

오버 페이스하다가 뛰기 일주일 전 몸살님 강신.

몸살님 나아가실 즈음 요상한 자세 땜시

허리 삐끄덩.

이틀 걸러 침을 맞고 뜀뛰기 나갔다. (이건 마누하님 보면 난 울트라 초주검임. 몸살 걸렸을 때도 뛰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음. 허리 삐그덩 거리고 침 맞으러 다닌 사실 알리지 않음. 한마디로 우둔의 극치임)

 과거에 마라톤을 뛴 경험이 있으신 새로 오신 교장님의 후원과 출전 압력 그리고 대리만족 욕구로 인하여 그저 뛰었다.

타닥이면서 20키로 넘어 가면서 몸은 서서히 둔해 지고,

그저 길가의 풍경이라도 보면서 위안 삼아서 뛰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 결승점.

소양강 다리를 건너며 본 강물의 흐림.

육체의 소진에서 오는  희망의 부재.

 

 결국은 완주했다.

달랑 메달 한 개 들고, 과연 마라톤 뛴 사람들이 얘기하는 성취감이 느껴 졌을까를

대중 목욕탕 욕조 안에서 다리 오므락 조므락 거리며 생각한다.

그저 메달만 훈장처럼 하나 늘었고,

산에 다닐 수 있는 체력 검정은 끝이 났고,

내년 삼월 동아마라톤이 일상처럼 기다리고 있다.

 

 

 3.

 

 시월 뭐했을 꺼나.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책을 읽다가

문득 오페라에 필이 박혀서

DVD 주문해서 아픈 허리 방바닥에 바짝 붙이고 오디오에 연결해서 듣는다.

가련한 여주인공들.

오페라의 본질은 여주인공의 죽음 등과 관련된 비극인 것.

찰츠부르그 페스티벌때의 실황을 녹화한 "라 트라비아타" 처음

찰츠부르크 시가지 정경이 나왔을 때

여행했던 한 때가 생각이 나면서

언제 시준이 아닌 페스티벌 때에

찰츠부르크나 바르셀로나의 리세우나 독일의 바이로이트에 가서 오페라 구경하는 것을

희망사항으로 올려 놓았다.

 

 잘 생긴 소프라노 네트렙코, 안젤라 게오르규.

춘희의 비올레타역을 잘 소화해 낸다.

 

 

 4.

 

 시월이 간다네.

모 씨에게서 받은 문자를 보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고 있음을 느꼈었지.

그리운 산들은 이젠 울긋불긋하니 다른 모습으로 다가 서고

 

 비 오는 날.

축축하니 다가서는 가을의 빛과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