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20913 아침 신문을 읽다가

바람동자 2008. 6. 17. 17:06

  아침 신문에 난 기사를 읽는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아버지에 관한 짧은 산문을.

그리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의 짙은 회색 기억들.

 

 시간의 더미 어느 구석에 꼭꼭 숨어 버려

유년 시절에 대한 나의 기억은

고통스러운 부분을 담고 있기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버리고.

못된 아들은 부모님 댁에

올라가도 인사 정도나 하고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어렷을 적부터 키워져 온 침묵 덕인가?

나의 성향도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았으리라 생각한다.

내성적인 어머니,

그리고 내성적인 나.

 

  기억의 저 편에서

옛 일들은 즐거움으로

되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틈엔가 나는 보았다.

나이를 드신, 지친 모습의 아버지를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을

고단한 삶의 무게로 인해

등이 굽은 당신의 삶을 생각한다.

다 큰 아들 걱정하시고

여러 문제로

당신의 눈에는 아직도 나는

물가에 나와 있는 어린아이이다.

 

나는 한 편으로 생각한다.

내가 지닌 지독한 에고이즘을.

시간은 영원한 생성자이고

파괴자라지만 나는 언제 부모님께

따뜻한 말이라도

건넬 수 있을까?

 

우중충한 아침 나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메밀 꽃이 눈에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