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8090607 설악산 장군봉 A2O길

바람동자 2008. 9. 9. 19:18


 1.

  어둠이 짙게 깔린 야영장.

군데군데 야영객들의 텐트 불빛만 보이고

한 여름 성수기 때의 웅성거림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원통에서 저녁을 먹으며 마셨던 술의 취기가 가시기 전에

텐트 안에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안주삼아 나머지 술을 마신다.

취기 속의 흐릿한 불빛으로 떠오르는 일들.

메트레스를 바닥에 깔고 여름 침낭을 이불 삼아

하늘을 먼 이불로 삼고 별들과 꿈속에서 이야기하기를 소망하며

바람 소릴 들으며 한데 잠을 잔다.


 

 2.

  일상의 아침.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들의 기척을 내면서 몸을 움직이고,

이른 아침 먼 산과 하늘을 보면서

하루의 날씨를 생각한다.

 

  장군봉 남서벽.

아침 나절의 은은한 햇살에 바위면은 붉은 빛을 내며 반짝인다.

서로 간의 갈 길을 확인하고

길이 만만치 않음에 대해 큰 숨 들여 마시며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를 기원한다.

우리가 오르려고 하는 길은 남서벽 꼬르데.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팀 7명이 등반을 준비 중이다.

하여 원래 계획했던 두 명은 석이농장길로

우리는 A2O길을 택한다.


                              A2O 초입 

 
   A2O길 초입.

선등자의 조심스런 오름짓.

과거 초입서부터 버벅이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 온다.



 
 


 3.

  A2O 길 올랐지.

늦여름의 햇살은 바위를 감싸고,

가까이 보이는 유선대와 멀리 보이는 설악의 산들이

우리와 함께 했었지.


                               유선대

                                   유선대



  오른 쪽으론 우리가 오르려했던 꼬르데

그리고 그 옆의 석이농장길.

                     중간 꼬르데  우측 석이농장길



멀리론 설악의 연봉들이 둘러싸고 있고,

손에 잡힐 듯한 유선대가 보이고

천화대 쪽으론 낮게 구름이 끼어 있고

바람마저도 없는 늦여름의 시간.

 

                          석이농장길 하강


                               A2O 정상에서 본 울산바위

 
4.

  푸른 하늘 사이로 가까이 보이는 유선대.

리지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지.

떨어지는 오후의 따가운 햇살을 느끼면서

벽을 등지고 하늘을 볼 수 가 없었지.



 

  남서벽으로 늦여름의 햇살은 서서히 내려앉고

실루엣이되어 그 산의 모양을 짐작하게 해 주었지.

힘들게 올랐던 그 길들에 눈길을 주며

다시금 바라보는 늦은 오후의 설악을 가슴에 담았지.




 

  그리움은 언제나 저 바닥 밑에서 움직이는 것.

오늘의 기억을 더해서

다른 하나의 그리움을 덧보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