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50803 동유럽 기행 # 41 080802 체코 - 프라하 - 인천
야경 아름답던 프라하 성엘 올랐지.
언덕 중턱데 위치한 성에서
내려다 본 고색창연한 도시의 모습.
비 잠깐 내린 뒤 선명한 붉은 색상으로 다가온다.
곳곳에 보이는 교회 첨탑.
어제 본 까를교. 그리고 볼타우강.
강은 도시를 나누어 놓고
그 도시는 다시 아름다운 다리로 연결되고.
그 밝게 빛나던 물살들.
아침 햇살은 다리를 부드럽게 비춘다.
붉은 집의 지붕들.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엽서의 한 장면은 계속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다시 카를교 위에서 지난 밤 생각하며 연신 셔터를 눌러 대고 있었지.
토요일 아침의 일상은 그렇게 시작되었지.
성비트 성당.
무하의 작품인 스테인글래스가 훌륭하다는 말에
삼각대 꺼내 미리 준비하고 사진을 찍는다.
햇볕을 받아 부드럽게 퍼지는 알락달락한 빛들.
종교적 믿음.
정신적인 면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을 통한 믿음.
결국은 삼각대 사용을 제지당했다.
감도를 올리고 찍는 수밖에.
많은 스테인글래스 중에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것이 눈에 띈다.
주변 위아래 좌우 빨리 살피기.
주어진 시간 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
“왔노라. 보았노라. 사진 찍었노라.”
유적지에 대한 설명은 무시하고
관광지에 내리면 우루루 몰려 나와 전투하듯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이 우리들의 여행 풍경.
복장은 캐주얼한 복장이어야 할 텐데,
어디에서든지 위력을 발휘하는 전천후 등산복.
결국은 나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보이는 것.
뷰파인더로 보이는 단지 일부분의 풍경만 담을 뿐.
지적인 사고 기능은 이미 시각 기능의 지배로 인해
둔해질 따름이다.
여행 중 바쁘게만 움직였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몸을 움직였고,
대상에 대해 찬찬히 돌아 보는 것보다는
다시 올 수 없음에 대한 생각으로 인한 강박관념이
의식을 지배하였다.
황금 소로.
중세시대 갑옷을 전시해 놓은 곳에 우선 올라 갔다.
각종 갑옷과 창들.
소로변을 따라 늘어선 아담한 집들.
좁음으로 인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집들의 구조.
내려 가는 길.
다시 보이는 프라하 주변의 경관들.
길이 있음으로 인해서 서서히 보이는 풍경들.
붉은 빛. 각진 모습.
고만고만한 높이의 집들 속.
집이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 왔다.
다시 그 광장에 섰었네.
많은 사람들이 시계탑 앞에서
매시 정각에 행해지는 것들을 보려고 그렇게 섰었지.
마침 운좋게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을 보고
그들의 삶이 즐거움이 한 여름의 더위처럼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그리하여 어제 밤에 보았던 화려함은 사라지고
화려하게 한껏 단장한 극도의 요염함이 어제 밤의 모습이었다면
오늘의 모습은 화장 안한 수수한 장녀의 모습.
밤에 본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밤중 안면도의 풍경.
해안가의 그야말로 불야성.
아침 부시시 일어서는 풍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한 살풍경.
삶은 언제나 그 이면에 다른 모습을 감추고 있음에 대해 느끼는 시간.
카프카.
고등학교 때 읽고 썼던 “변신”
그리고 책과 연극을 통해 서 본 “심판”
끊임없는 불안한 존재의 확인.
나는 누구인가를 그 커단한 사내의 검은 눈이 쏘아 보고 있다.
기내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으며
여행 중 무얼 보고 돌아 왔는가를 생각한다.
감각은 시각의 지배로 인해
생각하고 느끼는 기능은 마비되어 버리고.
둔한 감각을 탓하며
아니면 작용하지 않았음에 대하여 슬퍼하기.
지나간 시간과 기억을 사진에 담았네.
현재를 찍은 사진은 언제나 과거로 저장되고
사진에 화석과 같은 과거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한 메멘토.
필즈너 맥주 한 캔 마시며 청하는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