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50803 동유럽 기행 # 38 080801 폴란드 - 오시비엥칭(아우슈비츠) - 체코 프라하
오시비엥칭 가는 길.
흐린 하늘.
입구에 쓰여진 “Arbeit macht frei" 라는 위선적인 문구.
수용소의 빨간 벽돌 건물.
수용소 주위 전류가 흐르는 가시 철조망.
길게 늘어 선 포플러 가로수의 짙은 녹색.
평온하게 보이는 외면의 풍경들.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인간이 지닌 광기를 생각했었지.
그리그 페르귄트 중 “오제의 죽음” 과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마지막 곡 “고별”이 떠올라왔지.
곳곳에 스민 어둠과 계속 따라오는 죽음의 그림자.
열차에 실려 온 사람들 중 노약자와 어린 아이는
공동샤워실로 위장한 가스실로 향하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던 사람들의 모습이 환영이 되어 나타나왔지.
살인공장. 티크론 가스.
식기, 스푼, 구두, 모자, 죄수복, 안경 테, 의수, 의족, 가방, 칫솔, 머리카락.
가스실, 시체 소각로, 총살이 행해지던 벽.
코르베 신부.
음습함이 밀려 오고 전시장 구경 중 창 밖으로 보이는 허허로운 풍경.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를 않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 했었네.
한 줄기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으면 좋으련만
애써 눈길은 수용소를 외면하고
늘어선 녹색의 포플러 나무 사이로 하늘을 보았지.
하늘 개기일식 중이었다.
차량 이동 중.
프라하 가는 길.
비 온 뒤의 너른 평원이 길 옆으로 전개되고
로댕이 북쪽의 로마라고 말한
오랜 세월 동안 옛 모습을 간직해 온 도시에 대한 설레임.
볼타바 강.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
지나 간 것들은 시간이라는 인자에 의해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난청으로 인한 청력의 상실.
과거의 회상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것.
그가 음악으로 표현한 볼타바 강.
유유히 흐르고 있다.
카를교 다리 위에서 프라하 성을 올려다 보았지.
깊은 밤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다니고 있다.
강물 위론 유람선 한가하니 떠 있고
지난 여행의 풍경들을 생각하며
여행의 마지막 밤에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과 세월을 보았지.
새들은 교각에 앉아 깊어 가는 밤을 지키고 있었지.
성 주변 광장을 배회하다 보니 비가 내린다.
성당 밑에서 비를 피한다.
촉촉하게 젖어 드는 도보.
밤의 노천 카페 안 어둠이 깊어 가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