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를 위하여

020906 신새벽에

바람동자 2008. 6. 17. 16:56

  신새벽,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깨어났다.

지나가 버린 밤은 얼마나 가벼운 것일까?

밤 새도록 돌아버린 씨디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계속해서 토해내고

그렇게 또

실눈으로 음악을 듣는 아침 신새벽.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를

한편 느끼면서

하루의 시작.


  신경질적인 정신병에 걸렸다고 하던

라흐마니노프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1악장의 가슴 두드리는 터치.

밤새 나를 위해 돌아간 씨디

취중의 무의식적인 세계

술 취한 지난 밤에 대한

이른 아침 마음 속의 재구성.

 

성큼 가을이 와 버렸고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에서처럼 반복되는 피아노의 선율 속

강인한 터치를 느끼면서

아, 나도 가을을 타나 보다.


 길을 걸었네.

가끔씩 바람의 흐름은

창문을 두드리며

적막을 깨우며

신새벽 살아있음에 대한 확인.

피아노 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희미한 새벽 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