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00904 막국수 축제 그리고 삼악산

바람동자 2008. 6. 17. 16:39

  토요일 정기 산행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실망했다.
전번 달 처가 쪽의 모임 관계로 참가를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참가를 하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참가  신청자가 없단다. 비로봉이야 과거 상원사를 거쳐서 가본 경험이 두어 번 있지만 다른 쪽의 봉우리는 가보지 못해서 조금은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쩔거나, 산은 그대로 있기에 우리네 인간이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그래서 춘천엘 갔더니 막국수 축제를 한다나. 그곳에서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저녁나절 공지천 쪽으로 향했다.  길게 늘어 선 차량.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고, 그곳에는 메밀로 만든 음식, 막국수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 그리고 막국수 난장, 닭갈비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저녁나절의 흥청거림을 엿 볼 수 있었다. 한 편의 가설 무대에서는 에어로빅 경연대회를 한다. 굳은 얼굴의 참가자들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뻗뻗한 몸들을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오후 한 때의 한가로운 일상은 찾을 수 없다.
 몇 회를 거듭된 축제라고 하지만 차분함과  정연함을 찾을 수 없다. 연륜이 작아서 인가 아니면 먹자판 이어서 인가? 여기저기서 먹자판이  벌어지고 갈 곳 없고 평상시 막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자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집 주변으로 후퇴. 닭갈비를 먹으며 토요일 한나절을 되새김.

  삼악산엘 갔었네. 일요일 아침이 무료했기보다는  산행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작용이었네. 화창한 늦여름의 이상한  날씨는 지속되고 울긋불긋 치장한 옷들의 무리에 섞여 오랜만에 춘천 근교의 산을 찾았네.
 지난 번 장마 탓으로 의암 호수변의 물들은 누런 색의 흙탕물  빛을 띠었네. 아, 그리고 또 있네. 바람 탓으로 잎사귀 넓은 떡갈나무들이 그 상처를 내며 곳곳에 넘어져 있었네. 군데군데 떨어진 작은 도토리들. 철 잊은 매미가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산정 가까이  오를수록 서럽게 울어대더군. 오르며 약한 슬랩에서 발을 곧추 세우면서 가보아도 혼자 다녀서인지  영 재미가 없었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도란거리는 말소리가 그리워졌네.
 흥국사에서 내뱉는 한나절의 독경소리가 산 위롤 오르고 등산  폭포 쪽으로 가며 계곡물의 빠름과 소리를 함께 들었네. 그리고 생각했네. 그 물소리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화려한 1악장을.
 걸었네. 아무 생각 없이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는. 떨어진  밤 들의  가시 잔해들.
점심 무렵의 허기가 밀려 올 때쯤 산행은 끝났네.
오늘 삼악산엘 종종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