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29 서울 나들이
1.
일요일 오전.
오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군에서 외박 나온 아들 놈깨우고
마누하님 모시고 서울로 간다.
대학로에 가서 연극이나 한 편 보고, 아들 근무하는 부대나 구경하자는 것이
오늘의 주목적.
대학로.
날은 맑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이후 오랜만에 보는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소극장. 눅눅한 기운.
좌석이 낮은 관계로 앞에 키나 몸이 큰 사람이 앉으면
무대의 일부가 가려져 다른 빈 좌석으로 이동하여 보았다.
대를 이어 30년 째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 강태국.
그는 세탁을 맡기는 옷을 통해서 옷주인의 내면 심성까지 읽어 내는
따스한 인물이다.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그가 겪게되는 일상의 일들을 통하여 그려낸 우리 사회의 모습과
여러 유형의 사람들.
세탁소에 맡겨진 빨래 속에 엄청난 유산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삼남매.
그로인한 헤프닝.
결말 부분 커다란 세탁기에 세탁이 되어서 나온 그들의 몸과 마음은 순백색이다.
세탁소 주인역을 한 조준형.
어눌하게 연기 잘 한다.
김을 뿜는 실제 작동되는 다리미, 그리고 걸려진 수 많은 옷들.
사실적인 소품 구성도 좋다.
연극을 보고 나니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가는 미소가 흐른다.
2.
용산.
부대 인접한 곳에는 국립박물관이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전쟁기념관 그리고 국방부 건물.
부대 내 DRAGEON HILL 롯지에 가서 멕시코 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주변에는 저녁을 먹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창 밖의 풍경은 우리나라 풍.
이상한 부조화와 아이러니를 느낀다.
하늘 맑아 더욱 가까이 보이는 남산타워.
고등학교 때 올라가본 남산에는 자그마한 동물원이 있었다.
공작 등등의 동물들 구경하고 가까이 내려다 보았던 서울.
동물원, 숭례문이 사라진 지금.
그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메타 정보를 확인하고
옛일 생각하며 셔터를 누른다.
하루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