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990423 도계행 - 잡생각

바람동자 2008. 6. 17. 16:15

1. 도계 - 추억제

  어제는 도계에 갔었지요.
옛날 대학 다닐 때 절친한 후배가 있었지요.
도계 출신인 그는 결국 자기가 나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변해 가는 주위의 환경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후배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후배 집을 가면서 소위 광산촌에서의 생활이 슬며시 떠오릅니다. 과거 저도 태백에서 6 여년간 생활을 했었지요. 초임 교사 시절에.
인생의 막장에서 생활을 하는 광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의 삶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닌가하는 자문도 해 봤었지요.
연속되는 탄광사고에 반 아이들 중 몇몇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있고 그 다친 사유를 묻자 쉽게 허리를 다쳤다는 대답을 듣고 암울해지기까지 했지요.
  처음에 양계장으로 착각을 했던 광원사택.
갑, 을, 병방(갑방 08:00-16:00, 을 16:00-24:00 병 24:00-08:00)의 3교대로 나누어 근무하고 결국은 직업병이라고할 수 있는 규폐병까지  암담했던 그들의 삶을 다시금 느꼈지요.
그러다가 하꼬방같은 사택에서 아파트로 옮아갈 무렵 정부의 석탄합리화 정책이 발표되고 하나 둘씩 사람들은 떠나갔지요. 배워 온 것이라곤 땅속에서의 생활밖에 모르는 그들이었는데 다시금 지천으로 떠돌게 되었지요.
  옛날 우리 동네(태백 철암)에서 가장 현대식 건물이었던 광원APT는 몇 년 전 다시 찾았을 때 흉물로 변해있었지요. 광원 사택을 지나면서 판자집을 보고, 공동 화장실을 보니 옛날 철암에서 보낸 생활이 스멀거리며 떠오릅니다.
  최근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더욱더 힘들어하는 후배를 보고 몇마디 자조의 말을 함께 나누며 술을 마셨지요. 이렇게 서서히 세월은 가는 건가요. 그리고 헛되이 늙어 가는지요.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에 갔을까 ? 

2. 정동진

  정태춘의 신곡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군인 시절 이곳에 자동화 사격장이 있어서 와서 총쏘고, 박격포 쏘고 하던 곳이었지요. 총 잘못 쏴서 중대장에게 철모로 얻어 터지고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 보던 하늘.
  바닷가.
많은 사람들이 정동진을 찾아 오곤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는 이곳보다는 동해의 호젓한 곳이 더욱 많이 있지요. 얼마전 남근깍기 대회라는 요상한 것을 한 장호항 일대. 그림같은 풍광에다 어촌의 한가로움이 풀풀 밀려 드는 곳이지요. 그리고 삼척의 추암 일대. 추암에서의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보았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지요. 바닷가에서의 낭만은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철조망에 반감이 되지요.
  정동진 제가 생각하기엔 밋밋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인해 잃어 버린 인심이 항시 존재하는 곳이지요.

3. 잡생각

  어제 도계 가기전 주문진항에 들러 갓 잡은 꽁치를 샀습니다. 꽁치야 사철을 두고 나는 관계로 가격이 싸더군요. 60마리에다 덤까지 해서 4000원을 주고 샀습니다. 꽁치를 구워 먹으니 역시 생물 맛이 다르더군요.
  컴퓨터가 나오지 않았으면 인간의 삶이 조금은 편안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버 교육인 관계로 이젠 학교에 출근을 하면 컴퓨터가 밤새 안녕하신지 확인을 해야될 판입니다.
UNIX명령어 어쩌구, 저쩌구. 아, 싫다. 아이구, 머리야.

  지금은 황어철이라고 하는데 낚시나 나갈까.
오늘은 누구를 만날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