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보내기
1.
아침나절 FM을 듣던 마누하님이 지휘자 “첼리비다케”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
첼리비다케.
고집불통과 과격한 성질로 인해서 그가 조련을 했던 베를린필을 떠나 유랑생활을 했던 지휘자. 그리고 뮌헨필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조련시켜 놓은 이 시대의 마지막 거장.
베를린필 단원들의 카라얀 선택 그리고 이것으로 인한 평생의 정신적인 충격.
다시는 베를린필을 지휘하지 않겠다고 공언을 한 그이지만 대통령의 주선으로 떠난 지 38년만에 80세의 나이에 베를린필과 화해를 하게 된다.
스튜디오 녹음을 음악의 패스트후드 혹은 깡통이라고 비난을 했으며 연주회장에서의 음악적 공감과 감동을 중시했으며 그 결과 그가 지휘한 레코딩 작품이 많지 않다.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그의 예리한 말.
어떤 이들은 주책이라고 무시해 버리지만 그의 말 속에는 관찰과 사고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적인 흐름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세계에서 구도했던 지휘자.
고독 속에서 그렇게 살아 왔을 노 지휘자를 생각하고, 교육과 삶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본다.
2.
밀린 반토막짜리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본다.
영웅의 일생과 관련된 고대소설의 한 유형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천부적인 능력을 타고 난 주인공의 기괴한 출생.
그리고 고비. 구출자를 만남. 위기를 극복하고 부모와의 만남.
마지막 부분에서 사건의 우연성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키타와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넘나든다.
3.
하늘을 보니 맑다.
카메라 들고 슬금거리며 길 나선다.
아침나절 비 뿌린 뒤라 하늘에 흰 구름 가득하다.
오랜만에 삼악산에 오른다.
지난 2주 동안 생각해 보니 연일 계속되는 술타령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물소리 좔좔 나고, 바람도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유월의 강렬한 햇볕.
멀리 춘천이 시야에 가깝게 들어 온다.
일기 예보 관계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정상에서의 심호흡.
가까이 보기 그리고 멀리 보기.
휴일 하루 그렇게 지나 간다.
080622
1) 삼악산에서
2) 천변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