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80615 설악산 "솜다리의 추억" 릿지 그리고 간성

바람동자 2008. 6. 20. 19:04

1.

 이른 아침 날이 흐리다.

컴퓨터를 켜고 기상청에 들어 가 날씨를 보니 흐린 날만 지속된다고 한

다.

해 일찍 떠서 4시 이후 날은 서서히 밝아 온다.


 밤꽃 하얗게 피었다.

감자꽃도 피고,

차를 타고 가면서 캡틴 큐니 드라이진이니 하면서과거에 먹었던 고약한

술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차창 가는 빗방울 보이며 속초로 가는 도로변 전날 내린 비로 젖어 있다.

내심의 불안한 마음 지울 수 없다.

미시령 터널 넘어 선 길에서 평소 잘 보이던 울산바위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2.


 토왕골 가는 길에 위치한 주막집 아주머니에게 얘기를 들으니

전날 비가 왔다고 한다.

우리는 등반이 시작되는 지점에 까지 가서 상황을 판단하자고 의견을 모

으고
이미 앞서 두 어팀이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삐 몸을 움직인다.

아침 숲길의 스산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




3.

  계곡을 따라 몇 번의 오름 끝에 “솜다리의 추억” 릿지길로 접근을 한다.

운무가 잔뜩 껴서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길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운무 속으로 간간히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웃한 경원대 릿지길 쪽에 등반 중임을 알 수 있다.

과거 경원대길을 오르며 본 “솜다리의 추억”길.

직벽으로 꽤난 어려워 보였는데, 과연 오늘도 잘해 낼 수 있을까를 걱정

을 한다.

몰려 다는 구름으로 인해 산은 그 자태를 보이기도 하고

산의 정상을 가리기도 한다.

 

 1P에서 보니 앞서 등반하는 선등자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어렵다는 3P를 느릿하게 등반을 하고 있다.

우리의 선등자 2P에 올라 보니 대기할 만한 장소가 없다.

그래서 바위 맛이나 보자면 한 사람씩 오르내린다.

올라 가서 보니 서너 명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이 무려 7명.

게다가 일행 중엔 아주머니까지 포함되어 있고,

등반하는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계속 이야기하는 것과

그리고 등반하는 오름짓을 보니

인터넷 산악회원들 같기도 하여 아예 시간 관계상 하산을 결정한다.

  날은 점점 더 좋아 지고 있건만

오르는 사람들의 동작으로 보아 한 사람당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계산하니 기다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나중에 온 우리가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

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하강을 한다.

 좌로는 그 전에 오른 경원대 릿지길 우로는 별따는 소년길.

멀리 보이는 토왕폭의 상단 부분이 보이고 물은 말라 있다.

하강 중 앞선 사람들 보니 더 나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의 등반에 공연히 걱정을

한다.


 

  내려 오면서 들은 시끄러운 소리.

자세히 들으니 등반팀 들이 내는 소리다.

“하나, 둘” 하면서 앞서 오른 두 사람이 후등자를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후등자가 힘을 주어야지 올라갈 수 있는 법.

위에선 뭐라고 계속 주문을 하고 있고 서로 간에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 시끄럽다.

다시 그들의 등반이 걱정된다.


 4.

  계곡 너럭바위 위에 앉아 휴식.

물소리 시끄러운 곳에서 인간사의 잡다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서로 간에 물끄러미 바라 보면서

가지고 온 삼지 구엽초로 담근 술이나 마실 뿐.

인기척에 놀란 올챙이들 부산하게 움직인다.





5.

  다음 행선지는 거진 외벽.

차창 밖을 보던 후배가 봉우리를 보더니 빨간 옷 입은 아줌마

아직 벽에 붙어 있다고 한다.

차창 안으로 밀려 드는 오후 햇살의 나른함.

  잠깐의 오수.

거진항 지나 해안도로 옆에 위치한 인공암장.

그곳에서 우연히 놀러 온 우리 팀들을 만났다.

인접한 바다의 파도소리가 그대로 ㄱ자 벽면에 반사되어 가까이 들린다.

도로 너머로 보이는 바다.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고기잡이 배 분주히 움직이고

직벽 한 쪽 오르고 나서 항구에서 사온 오징어에 놀래기를

안주 삼아 여름 오후 시간을 보낸다.



6.

  진부령.

오랜만에 넘는다.

산은 중첩되어 다가오고 취기가 오른 나는

머리 속으론 실루엣의 능선을 그림면서

밀려 오는 잠을 청한다.



토왕골에서 본 여름 날 풀 꽃들(080615) 

작은 풀 꽃들에게도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