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717 용아장성
혹자가 말했다. 이번 산행은 막노동 산행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이번의 산행을 근력산행으로 부르고 싶다.
16일 18시40분에 오색관리소를 우회하여 대청봉으로 향한다.
하늘에서는 간간이 비가 내려 용아장성에 가기 위해 가지고 온 보조자일을 차편으로 보냈다.
그리고 내일은 공룡능선을 타자고 오르면서 이야길 했다.
날씨는 점점 어두워지고 짙은 안개로 인해 앞을 볼 수가 없다. 그 와중에 동행인 헤드렌턴도 없다. 큰 랜턴을 집에다 두고 왔다나. 게다가 김치, 비닐 등등을 미리 준비 안해서 이것 사느라고 출발 시간이 예전보다 늦어 졌다. 오르는 중 힘이 딸리고 해서 저녁 대신 치킨세트(김밥을 사려고 했으나 없었음) 산 것에다 4홉 소주를 나누어 마셨다. 술의 힘을 빌어 오르기로 계획을 바꿨다. 대청봉을 1킬로 앞 둔 지점에서는 힘이 부쳤다. 안개로 인해 앞은 볼 수가 없고 비가 오는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비박을 하기 위해 옛날 대피소 자리에 가보았으나 쓰레기만 가득하고 그래서 중청산장으로 가기로 했다. 24시 10분 도착. 산장 문은 이미 닫혀져 있고. 가엾은 두 중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물 떨어짐을 피해 취사장 쪽에 머리를 맞대고 비박.
17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차 한잔 먹고 동행인이 잘 알고 있는 소청산장 쪽으로 내려갔다. 아침 밥 짓고 민생고 해결. 날씨는 어제에 비해 환하다. 그래서 용아장성행. 소청산장 아저씨에게 슬링 5m정도에다 몇가지 정보 얻고 출발. 봉정암을 거쳐 용아 입구에 들어선 시각이 8시 5분. 조금 가다 보니 한 아저씨가 온다. 이유를 물으니 가다가 쥐가 나서 온다나. 처음 번부터 벅벅 기고. 오른쪽으로 상단 부분은 구름에 가린 공룡능선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구곡담 계곡이 보인다. 간혹 부는 바람은 더위를 씻어 주고. 아직은 바위가 덜 마른 곳이 군데군데 있어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급기야는 근육통이 온다. 한 등성이 어기적거리며 넘으면 또 다른 등성이가 마주하고 오랜만에 릿지를 원 없이 해 보았다. 가다가 암릉의 평평한 곳에서 라면 끓여 먹구. 다리에 힘이 점점 들어가서 급기야는 버벅대다가 무릎을 비벼 버렸다. 동행인이가지고 온 대일밴드 붙이고 가다가 개구멍
바위를 만났다. 돌아갈 작정도 아니고 물어 볼 사람도 없고 해서 어기적대다가 슬링으로 배낭을 보내고 해서 어렵게 관문 통과. 햇살은 강렬하다. 오세암이 차차 보이기 시작하고. 가야동 계곡의 물소리가 가까워진 시간이 오후 4시. 휴. 8시간을 용아장성에서 보냈네. 수렴동 대피소에 거의 다와서 다른 팀들이 용아로 오르는 것을 만났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동행인과 작별을 하고 나는 버스를 놓칠까봐 부지런히 속보. 17시 40분 정류장. 리라 초등학교 스카웃학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은 18시 40분에 버스를 탔다.
용아타면서 느낀 것.
다시는 85리터 배낭 매고 용아장성에 안간다. 그간 먹은 것이 부실한 표가 나타났다. 팔에 다리에 근육통이 왔다.
다음 번엔 20리터에다 릿지화를 신고 무섭게 우회 길로 달려 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