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980630 삼악산 그리고 점봉산

바람동자 2008. 6. 17. 16:00

  일요일 날 집안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삼악산엘 갔다 왔다. 마누하님은 서울 출장으로 인해 부재중이었고. 과거에는 이야기만 하면 별 다른 이유 없이 아이들이 따라 왔는데 요새는 커서인지 친구와의 모임, 약속 등을 운운하면서 요리조리  빼려고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대견스러운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폭군인 이 아비의 엄명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개 끌리듯이 억지로 따라오는 눈치가 역력하다. 급기야는 차안에서 구곡폭포 쪽으로 가자고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말인즉 구곡폭포 쪽으로 해서 문배마을을 가자고 하는 건데 삼악산 쪽으로 해선 몇 번을 올랐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에 구곡폭포 쪽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4학년인 아들놈은 의견 제시는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고. 그러나 딸의 의견을 묵살하는 몰인정한 아비. 그것도 매일 같이 오르던 의암댐 쪽에다 차를 세우고 상원사  쪽으로 올랐다. 산행의 목적은 가벼운 릿지등반(주로 슬랩)의 맛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는데  그 날 따라 바위가 미끄러워서 모두가 신은 릿지화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운 날씨로 인해서 땀은 축축이 옷을 적시고. 결국은 정상에  올랐다. 평상시처럼 다시 의암댐 쪽으로 하산을 할까  하다가 등선폭포 쪽으로 하산.
내려오면서 아이들이 배고프단다. 별다르게 먹은 것도 없이 오후 2시를 훌쩍 넘겨 버려서 뭐 좀 사달라고 한다.  반면 아비의 수중엔 천원짜리 지폐 한 장만이 달랑 남아 있고. 그래서 집에 가서 점심 먹자고 하니 도끼눈 뜨고 바라본다. 할 수 없지. 무전 유죄니. 게다가 등선폭포 입구에서 차가 있는 의암댐 초입까지 40여 분을 걸었다. 집에 와서 짜파게티 사서 아이들이랑 먹었다. 애덜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다음 산행시 가자고 하면 애들의 반응은 어떨까 ? 한편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일찍 직장에서  나섰다. 그저 매일 같이 보았던 점봉산에 오르려 함이 주된 목적이었다.  귀둔을 지나 초입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여름 산의 잡목들이 크게 성장을 했다. 길도 잘 안보이고. 가다가 초입부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길을 다시 갈 수도 없고해서 풀 숲 헤치면서 갔다. 전 번 날 산행했던 백두대간 구간 종주 생각이 막 났다. 반바지 입고 럴럴럴 가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긴 바지 입고 올라갔다. 육수 길가에 엄청나게 뿌렸다.(비문임) 팔다리 긁히면서  올라갔다. 전 번 운 악산 갈 때는 반바지 입고 두 잘 갔는데 올라가면서 보니 목적지인 곰배골 쪽이 아니었다. 이미 시간은  가버렸고 계곡을 지나니 1시간이 지났고 다시 능선을 타고 1시간을  올라서 보니 저 멀리로 점봉산  정상이 보인다. 날씨도 흐릿하고 해서 하산.  내려오면서 계곡 물에 몸 좀  담글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꾹 참고 내려 와서 일하시는 분에게 물으니 내가 올라 간 곳은 오작골이란다. 으이구.  길눈이 어두운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기린 시내(현리)에 와서 약국 하는  친구네 집에 들러 박카스  한 병 얻어 마시구. 저녁 때 소주 한 잔 먹자고 약속을 하였다. 집에  들어와서 찬물로 물만 끼얹고 방안에 있으니 땀이 줄줄  흐른다. 집수리에다 에어컨 설치한 모모님이 부럽다. 이어 전화. 집에 선풍기  샀다나. 아이구 내 신세 생각하면 배 아프고 덥다.
  으, 쉰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