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323 봄날 - 체력검정
겨울 산에나 조금씩 다니다가
학교에서 고생하며 만났던 사람들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서 이어지는 술자리에 참가 했었지.
머리 속 한편으론 뜀뛰기에 대한 걱정 앞 섰으나
잔챙이같은 이어지는 酒情을 어이 막으랴.
하여, 날은 다가 오고
사전 준비해 놓은 것은 없고
체중게 앞에선 내 몸을 보니 무려 2키로가 늘었구나.
대회 임박해서 1주일간 술 끊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지만 거친 숨만 몰아 쉴 뿐
운동을 안 한 표가 팍팍 나는구나.
그래도 겨울 산이나마 다녔기 때문에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출전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출발지인 광화문 앞.
2년 전의 날씨 보다는 많이 풀어졌지만
이른 아침의 날씨는 역시 쌀쌀하다.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출발 대열에 합류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행렬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를 관통하는 이 대회도 이제는
교통 소통, 시민 불편 등의 문제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다. (횡단보도 건너기 위해서는 무리가 지나가는 시간인 최소 1시간 이
상을 기다려야 한다.)
청계천변.
맞은 편으론 선두 그룹이 바쁘게 뛰어 간다.
온통 검은 색 말 무리들이 통통 거리며 뛰는 것 같다.
우리가 100미터 질주하는 식으로 그들은 풀코스를 달리니 대단하다.
천변 새를 파는 상가에서
많은 무리들의 발자국과 움직임에 놀랐는지
아침 잠에서 깬 새들 분주하게 움직이며 소리내어 운다.
20키로를 넘으면서
5키로를 지날 때마다 무사히 가고 있다는 안도감.
한편으론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위축된다.
으음, 30키로를 넘어 섰네.
몸 상태 확인하면서 물을 마시고 나서 잠깐 스트레칭 좀 하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35키로. 잠실대교 부근.
오른 쪽으론 오늘의 목적지인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고
대신 다리의 끝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1키로 정도나 되는 잠실대교를 건너는 것이 정말 지루하다.
바람때문에 휘청거리며 추위와 싸웠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지만
오늘은 다행이 바람은 세차지 않다.
LSD(장거리 연습: 보통 천천히 20-30 키로를 뜀) 연습을 하지 않아서
이젠 서서히 피로가 몰려 오고
마음 한 편에선 " 힘 들게 왜 뛰냐? "고 하면서
중도에 그만 두고 걷기를 종용한다.
뛰지말고 살살 걸어가라는 마음 때문에
발걸음이 더뎌 진다. 반면에 그렇다고 해서
다리가 아프거나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또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마음은 뛰기 싫다는 쪽으로 넘어 와 버리고.
그래서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2키로 정도 뛰다가 길가에서 스트레칭 좀 하다가
다시 뛰다 서다 다시 뛰다가를 반복한다.
골인 지점 1키로를 남기고 스트레칭 후 뛰다 보니,
급기야는 왼쪽 허벅지로 근육통이 온다.
운동장 안. 마지막 스퍼트를 해야 하는 데
마음 뿐. 이젠 모든 것이 귀찮다.
기록은 작년보다 7분 여 늦었지만 어찌하랴.
이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3월 3주째의 동아마라톤.
겨울 한 철 피둥거리며 논 나에게는 힘든 뜀뛰기였고
이제 날도 따뜻해졌으니
서서히 몸을 움직여서 불어난 게으른 몸을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결승점을 향하여 (잠실운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