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를 위하여

080307 3 월 어느 날에

바람동자 2008. 6. 19. 09:06

 1.

  늘상처럼 이어지는 술자리.

긴 겨울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어느 날 체중계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봄 눈 녹듯이

계절이 슬금거리며 두터운 옷을 입은 자에게도 찾아 온다.

대학 구내 안 각종 써클에 대한 홍보가

밀려드는 사람만큼이나 가득하다.


 2.

  오랜만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다.

춘천 출신의 우예주양이 춘천시향과 협연으로 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무거운 저음의 현소리.

눈을 감으며 마음 속으론 음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그려 보지만

음울한 북구의 정서는 찾아 들지 않는다.

3악장이 지나서야 연주자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 들고

음의 반주에 맞추어 활의 놀림이 부드러워 진다.

작은 울림통에서 나오는 소리는 저음에서 부터 고음까지.

현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아마도 섬세한 신경과 청력을 갖추었으리라 생각을 한다.

앙콜로 연주한 파가니니의 무반주 기상곡이 오히려 더 좋았음을 느낀다.

무반주의 상태에서 바이올리스트의 기교와 그녀의 역량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건승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 보고.


  휴식 후 역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을 춘천시향의 연주로 듣는다.

교향곡을 들으면서 집중력은 예전과 다르게 많이 흐트러지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 늦은 시간까지 대편성곡을 들었던 기억들.

이젠 머릿 속으로 그려지는 그림 하나 없고,

고르지 못한 소리도 듣고 하다 보니

잡념만이 계속해서 일고 있음에 대해 또 서글퍼 할 즈음

마지막 악장에서의 관악 총주가 흐릿한 정신을 일깨운다.


 3.

  다시 집에 들어와 씨디를 물리고 복습을 한다.

하나 이미 놓친 소리가 다시 들리겠는가마는 마음 속으로 무던히 그려 보려고하지만

어둠처럼 밀리는 피곤함에 또 발에 온 총기가 모인 윗 층 아해가 시간에 관계없이 뛰는 바

람에 나의 고행을 스스로 풀었다.


 4.

   오는 일요일은 올 해 첫바위를 하는 날.

첫 느낌을 잘 간직해야 할 텐데, 불어난 몸의 무게에 대한 압박으로

등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오늘 아침 학교에 와서 손톱마저도 짧게 깍아 버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어두움이여.

뭘 믿고 의지하고 올라가야 할 지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것은 없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