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08021718 덕유산엘 갔었네.

바람동자 2008. 6. 19. 08:54

1) 산행지: 덕유산(1,641M 전북 무주-장수-경남거창-함양)

2) 일시:  08. 01. 27 - 28 (1박2일)

3) 운행 시간

  01. 27.(일) 08: 20 동서울 버스 터미널 - 11:25 함양 도착 - 11:30 서상행 버스 승차 -

12:22 서상 도착,   중식, 영각사행 택시

                  13:40 영각사 입구 산행시작 - 16:21 남덕유산(1,507M) - 17:45 월성재 -

20:30 삿갓재대피소

  01.28.(월) 08:40 출발 - 09:35 무룡산(1,491M) - 11:22 동엽령 - 12:30 송계사 삼거리 -

13:28 중식 - 14:00 중봉(1,594M) - 14:35 향적봉(1,614M) - 14:50 설천봉 - 15:00 곤도라

타고 하산


 1.

  덕유산엘 갔었네.

그 전 날 나는 긴 꿈을 꾸었지.

흰 눈 속을 뒹굴고 있는 겨울 날의 꿈이었지.


 2.

  함양.

옛날 지리산엘 갔었을 때 들렀던 곳.

조그만 버스터미널에서 오는 다정함.

촌로들의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

따스한 남쪽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




3.

  서상행 버스에 올랐지.

몇 사람 타지 않은 버스에서 오가는 아주머니들의 서로간의 안부.

미사 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는 온화한 미소.

촌노들 읍내에 나와서 장 본 물건을 뒤 배낭에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양 손에다가 바리바리 싸들고 오르 내린다.

복장 면(작은 배낭, 양 손에 물건 들기)에서 노인네들의 특징을 보이는 것 같아 한편 재미

있다.

 안의 버스 터미널. 기가 잠시 휴식을 하고 오후의 햇살마냥 한낮 정경이 따사롭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 히끗하닌 눈이 보이고 가슴은 설렌다.

안의 지나며 표지판에 "주논개 묘"가 눈에 보인다.

버스 기사 아저씨 카세트 테이프 밀어 넣고

함중아 노래도 나오고 이어서 다른 노래도 메들리로 나온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푸른 대나무 숲이 남쪽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안의 전에 사람들은 다 내리고 몇 사람 남지 않은 버스 안은 한산하다.






남덕유 오르는 이어지는 계단 길

남덕유산을 오르면서 올라 온 길 조망



남덕유산에서의 조망

남덕유산 정상 부근의 까마귀


 4.

  영각사 입구에 들러 오름을 시작한다.

날은 겨울 속의 봄 날.

아랫 지역의 눈은 서서히 녹아 들고, 올라야 할 곳을 다시금 확인하고.

오랫만에 산행을 한다는 동행인이 배낭의 무게로 인해 오름이 지연된다.

그래도 어찌할꺼나, 같이 쉬면서 주변 경치나 슬금하니 보는 수 밖에.

산 능선까지는 이어지는 오름 길.

 능선에 붙어서 잠시 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날아 온 동고비.

근처에 까지 와서 배회를 하는데,

이런 호주머이네 땅콩이나 빵 부스러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네.

동고비야 미안해.

전 번 오대산행 팀들은 먹을 것 꺼내 놓으니 동고비가 손 위에 앉아서 먹었다는데.

능선 위에서 본 덕유산의 정경을 눈으로 잇는다.


   남덕유산까지는 2인이 서로 간신히 지나갈 계단길의 연속.

동행인 다리에 쥐가 나고, 나는 천천히 오라하며 먼저 올라 간다.

이어지는 계단 길.

따스한 감촉의 흙길은 이젠 더 이상 국립공원 내에서는 밟기가 힘들다.

소백산 희방사에서의 이어지는 계단길.

수해 복구 이후의 설악산 곳곳의 길들.

흙길에 대한 감촉의 아련함을 생각하면서, 이어지는 계단 길에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한 편의 살아 있음에 대한 확인을 한다.

 남덕유산정.

가장 높이 나는 새인 까마귀의 무리가 떨어지는 오후의 햇살을 맞이하여

까옥거리며 어지럽게 난다.

  정상 주변에서의 조망.

하늘이 맑지 않아 시야 흐릿하다.

30분 기다리다가 정상에서의 조우.

대피소까지의 시간을 어림 짐작해 보니 야등을 해야 할 것 같다.

해 떨어진 뒤 주변 경관은 점차로 어두워져 가고,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인다.





향적봉 대피소


 5.

   아침.

속풀이용 북어국에다 여러 가지 든든하게 채워 넣고 길을 나선다.

주변의 경관이 흐릿한 날.

운행이 어제처럼 늦어질까봐 걱정을 했는데,

동행인 짐을 어제 밤 거덜 낸 관계로 아침 발걸음이 가볍다.

눈도 많이 쌓이지 않았고,

이어지는 산의 형상도 뚜렷하지 않은 흐린 날.

덕유산하면 산자락이 이어지는 주변의 경관을 기대했었는데

다음의 기회가 또 찾아 올까를 생각한다.

가는 눈발 나리고, 멀리 향적봉 주변의 철탑과 설천봉의 목조 건물이

보이는 듯하다가 내리는 눈으로 인해 이내 사라진다.

목적지가 보인다는 것.

우리들의 삶도 그렇게 분명하게 보였으면.


  가장 높은 봉우리인 향적봉을 향해 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도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십여 분 후면 1,500 미터에 까지

오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리라.

이 날 자기로 한 향적봉대피소에 예정보다 일찍 와 버려서(정상 운행 시간 소요)

결국은 하산하기로 결정을 한다.

과거에는 백련사를 거쳐서 하산을 했는 데(소요시간 3시간 30분),

지금은 조금 더 가면 설천봉에 무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곤도라가 있어서

편안한 길 선택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결국은 곤도라 타고 하산.





6.

  덕유산.

덕이 없는 자에게 이어지는 산자락을 보이지 않았지.

잘잘한 눈 내리는 날

덕유산 능선을 내리 걸었던 그날들이 다시 생각이 날까?

우우우 내리는 눈 속에서

보이는 운무에 싸인 산들

그 산들을 보면서 눈에 담고

그 해 덕유에서 보낸 겨울날을 기억할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