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080215 다시 아침에

바람동자 2008. 6. 19. 08:46

1.


  나이 먹은 아이들은 다 떠나고 오늘은 남아 있는 아이들

종업식하는 날.

 아침 나절 잘 안나오는 라디오 FM주파수를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들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왠지모를 쓸쓸함이 겨울의 황량한 풍경과 함께 몰려 오고

교직에서의 2월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2.


  묵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얹는다.

그간 잘 돌리지 않았더니 구동시 마찰음이 귀에 거슬린다.

그래서 고무판 들어 올리고 청소에다 수평도 맞추고 하니

조금은 나아 졌다.

반면에 회전 수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일정하게 돌아가고.

어제 저녁에 만난 후배가 일 년전 부터 눈이 좀 침침하다고 얘기를 하고,

그것에 대해 나이들어가는 징조이니 겸허하게 받아 들이란 얘기를 했었다.

이젠 오랜 시절 함께 했던 턴테이블도 삐걱이고.

 슈베르트의 "숭어"를 걸어 올린다.

가벼웁고 경쾌한 선율 속

넘실거리는 푸른 물 속에

약동하는 빠른 그리고 느릿한 한 떼의 물고기의  모습을 본다.

 그 빛나는 오후 한 나절.




액자를 옛사진틀로  해서 바꿔 봄(포토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