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71215 다시 아침에

바람동자 2008. 6. 19. 00:11
1.

  어제 마신 술 머리를 누르고 있었지.

행정실장 정년퇴임식에서.

나도 남아 있는 날들을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네.

남은 숫자만큼 술 한 잔씩 기울이고.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에

연약한 몸 신호를 보내는대도

무시를 하면서 사는게 이즈음이로구나.


 2.


  아침 FM방송에 카잘스의 고향인 카탈로냐지방의 민요 "새의 노래"가 나온다.

그의 고향에선 새가 날아 오르면 "피이스, 피이스"(peace)하고 노래한다고 한다.

1936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고 파시스트의 프랑코 정권이 들어서자,

이 체제하에서는 절대로 연주를 할 수 없다고

끝내 망명의 길을 떠나 타지에서 연주를 계속했던 첼리스트의 거장.


  첼로음 사이로 들리는 가벼운 허밍.

고국의 자유를 향한 그의 고뇌를 생각하게 된다.


3.


  간 밤 눈이 내렸었네.

지친 몸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아침 뒷동산을 올랐네.

발에 전해지는 보드랍고 가벼운 흙의 감촉.

눈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흐릿한 길.

앞 선 이들의 발자국.

서서히 잠을 깨는 도시.


  하루, 시작.

눈 내리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