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04 간현암 그리고 하루,
오랜만에 간현암엘 갔었네.
낙엽들 바람에 푸석하니 떨어져 가을이 주는 황량함이 함께 했고,
아침나절 가려진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맥을 못 춘다.
서로간에 날씨가 춥다고 애기하면서
바람 불지 않기를 기원하며 등반 장비를 착용한다.
우리의 선등자,
5.10a(바위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등급)급이라며
우선 몸이라도 풀자고 한다.
그런데 첫 꼭지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더니 다음 꼭지서 부터 주춤한다.
선등자가 주춤을 하면 후등자는 이건 완전히 알조다.
(즉, 등반시 무쟈게 힘이 든다는 얘기다.)
먼저 와서 옆에서 피치 등반을 하던 후배가
그거 5.11a라고 얘기한다.
5.11a인란 얘기를 듣고 아침 사시나무 떨 뜻하고
완전 맛이 홱 간다.
5.11대에서는 홀드가 확실한 것이 없고,
있어도 겨우 손끝부분에 걸리는 것 그리고 흐르는 벙어리 홀드 밖에 없는데,
에고, 그간 운동 안하고 팬팬하게 잘 쉰 나는 주검이구나를 생각한다.
선등자 완료를 외치고, 세컨은 나.
중간쯤 올라가니 직벽이 턱하니 가로 막는다.
주변을 더듬어도 확실한 홀드는 잡히지 않고,
에라이 선등자가 안전을 위해 설치한 퀵드로를 붙잡으며
간신히 한 피치를 올랐다.
다음 후등자를 위해 확보를 하고,
마지막 피치인 ,중간지점 오르다가 홀드가 없어서 또 헤멘다.
퀵드로는 조금 더 올라가야 손에 잡히는데
자세는 영 나오지 않고, 끙끙 거리며 올랐다가
다음 잡을 곳이 없어서 추락하고 다시금 반복하기를 무려
여섯 번 이상이나 하고
간신히 올랐다.
바위에서 올려다 본
간현 주위의 경치들.
시원하다.
휴일 중앙선의 전철들이 소리를 내어 달리고,
내려와 홍어회를 갖고 왔다는 후배와 함께 막걸리를 마신다.
오후 다른 곳에서 두어 꼭지를 더하고,
춘천으로 향한다.
그리고 문예회관서 "명성황후"를 봤지요.
그 전에 등반하면서 마신 막걸리의 취기를
억누르게 위해서 애를 썼건만.
후후, 그 눈꺼플 더욱 무거워져 버렸다.
구한말의 암울한 상황처럼.
커단한 키의 양이들이 나와서
노닥거리는 모습 재미있고,
한편 무대 장치 특히 의상 등이 화려하지만
주인공의 내면의 갈등 설정과 같은 부분은 조금 덜하다는 느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졸림에서 깬 마지막 부분.
" 백성이여, 일어나라."(이상은 황후역)
사실은 나도 그 시간쯤엔 밀린 잠이 깨서 일어 났었는데.
비몽사몽간의 뮤지컬 관람이었다.
역시 듣는다는 것은 고역임을 느끼며.
오면서 맥주 사갖고 와서
또 한 잔 먹으며, 하루의 끝자락엘 섰었지.
벽 풍경.
울 후배들 오름 광경
수 많이 걸려 있는 줄들.
오름을 위하여.
간현암 부근 경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