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07 안개 속 풍경 (장수대-안산-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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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 모른다.
계속적으로 시선은 창 밖을 향하고 토요일 오전 비오는 데도 1진은
떠났다.
다시 비는 나리고 먼저 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씩 하고 있단다.
다시 또 내리는 비.
이번에는 아예 속초를 넘어가서 회를 먹고 있다고.
일요일.
전 날 비 온 관계로 모든 것이 축축하다.
장수대에서 비박한 팀들을 만나고, 오늘 등반지인
한게령 7형제봉 리지에 의견을 나누어 보지만,
이 때는 미련을 갖지 말고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바위는 전 날 내린 비로 물이 잔뜩 먹어 있고,
아침 나절의 날씨도 흐릿하기에
등반 포기하고 워킹하기로 서로간의 의견 교환.
나는 장수대-한계령의 서북능을
다른 사람은 장수대-안산-옥녀탕 길을 주장하다가
내가 의견을 접고 안산행을 택했다.
작년의 비 피해로 이미 옥녀는 가출상태이다.
흉칙하게 파헤쳐진 주변들.
공사장 차소리와 함께 물소리 시끄럽다.
들머리 입구의 옥녀탕 주변을 건너 뛰는 것부터
초입을 오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산성주변 도착.
왜 이렇게 깊숙한 곳에 산성을 쌓았을까라는 생각.
아니면 주민들 놀고 먹는 것이 보기 싫어서 노역을 시켰을까라는 생
각은 능선을 따라 죽 이어진 한계산성을 보며 잡생각에 빠진다.
한계산성
옛날, 안산에 오르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잘못 길을 들어 헤메던 생
각. 요번에는 길라잡이니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오르다 보니 에전에 쉽게 올랐던 길의 느낌과는 다르다.
바위 길에다 클라임 다운하는 곳에다 슬랩에다가
물 먹은 바위 간장하면서 오르는 재미도 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지도를 보니 "한계산성리지"길이다.
하공, 암튼 지도를 보니 안산 쪽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오르다 보면 능선길과 만나기 때문에 허덕이며 오른다.
날 흐려지면서 가스가 점점 차오른다.
출발하기 전 기상대를 통해 날씨 확인해 보았는데
강수 확률이 80%라는 예보가 점차 마음을 붙잡는다.
으흐, 이럴 때 비 오면 완전 낭패다.
물론 비가 와도 운행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야가 확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원점으로 후퇴할 수도 없다.
가파른 바위 길을 올라 왔기때문에 보조자일이 준비 안된 상태에서
는 무리다. 흐려지는 날 만큼이나 마음은 무겁다.
계속 오름 후 능선에 붙었다.
그러나 개스가 잔뜩 끼어서 시야상태 제로.
이런 때는 지도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공수특전단이 지도를 갖고 산악행군을 하는데,
겨울철 눈이 내리면 마을로 내려가서 돈을 주고 그 지역의 심마니꾼
을 사서 길라잡이를 한다. 눈, 안개가 끼면 모든편의 시설은 무용지
물이다.
요샌 GPS라는 것이 있어서 조금은 도움이 될것 같다.
오직 판단은 직접 그 곳의 산을 헤집고 다닌 경험자의 판단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법.
안개 속.
그 앞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가야할 안산을 놓치고 말았지.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서.
지나간 과거의 경험도 무색하리만큼 산을 뒤덮어버린 안개.(개스)
과거 삼악산에서도 개스가 잔뜩 껴서 엉뚱한 곳으로 발을 옮기기도
했었던 기억.
안개속에서 산행을 하여도 원점을 계속하는 환상방상 현상.
앞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한 불안과 그것으로 인한 자유로움.
바람을 피하면 간식거리를 먹으며 생각하고 있었지.
짙은 작은 물방울 속에서.
다시금 가야할 길을 직관처럼 생각해내고,
오르지 않았던 다른 길을 주의 깊게 보면서
대승령으로 내려왔다.
대승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