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60124 딴산에서

바람동자 2016. 3. 30. 21:33

 

 주섬주섬 빙벽장비를 챙기고 날씨를 확인한다.

한파경보는 내려지고 발길마저 끊어진 아침

빙벽을 하기 위해 화천 딴산으로 향한다.

 

 축제 관계로 이른 아침부터 화천행 차들은 이어지고

가면서 차 밖의 온도를 계속해서 확인한다.

빙벽의 흰 색이 반사되어 시린 눈으로 다가오는 아침 풍경.

한 명이 빠져 둘이 온 우리는 서둘러 오를 곳을 찾는다.

 

 드디어 오름.

손은 얼어 감각은 둔해지고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바일이 박히지 않기를 여러 번

오르다가 잠시 쉬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잠시 인다.

영하 20도가 넘어선 날.

빙벽을 하러 바람 피할 곳 없는 천변에 나온 것도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라고 마음을 잡으며 다시 몸을 움직인다.

얼어붙은 손을 핫팩으로 녹여보지만 쉬 풀어지지는 않고

손의 감각은 굳은 돌처럼 둔해지고 지난 산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일출을 보기엔 날이 너무 흐려 대청봉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피소 밖에서 버너에 불을 피우며 라면을 끓였다.

지독하게 눈물을 나게하는 바람의 움직임 속 내 몸도 오르던 날

그래도 산엘 왔으니 소주 한 잔 해야겠다며

시에라 컵에 소주를 따르자 컵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이 회돌아가고

무시하고 마시다가 입술에 컵이 달라붙었던 지난 날 설악산 신년 산행의 기억이 다시 오늘 손끝으로 전해진다.

 

 45미터의 짧은 자일 두 동을 이어서 오르고 확보를 보다보니

확보지점이 짧아 떨어지는 얼음덩이가 그대로 내려온다.

"낙빙" 소리에 아예 얼굴을 들지 않고 몸을 움추리고

큰 얼음덩이가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다가

둘이서 두 번의 오름을 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장비를 추스린다.

 

 수많은 줄들이 오선지 악보처럼 정상을 향해 겹쳐 늘어지고

저마다의 길을 오르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부산한 날

차에 앉아 조금 지나니 얼어붙은 시계가 다시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