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150630 6월 보내기

바람동자 2015. 8. 5. 16:12

1.

 

 아침 영랑호 주변 뜀뛰기.
지난 밤의 흔적은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이 흘려 보내는 젖은 물방울을 통해서 확인한다.
"이번 봄도 또 이렇게 지나가나니"(두보의 시구 인용)
지난 봄날을 생각하다가
하늘 바라보니 짙은 구름이 서서히 풀어져 옅게 되고
짙은 농과 담이 어울리며 다시금 시작되는 일상의 반복.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피아노.
그리고 주고 받음의 대화를 생각하다가
아침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2.

 

 TV 가 없는 관계로 드라마 <미생>을 보지 못하여

원작이 주는 아우라를 느끼기 위해 잡아든 만화책 <미생>

중간 부분이 조금 길게 늘어지다가

지막 완결부분은 뭔가가 미진하다.

 

 오페라 에세이, 미혼모 입양을 다룬 사진책,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그리고 역시 만화로 보는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이런 역사, 저런 전쟁.

읽었던 몇 권의 책들에 대한 기억은 뒤돌아 서면 가물거리고

그래도 유월엔 책 몇 권을 읽었다는 생각으로 내심  위안을 삼는다.

 

 

3.

 

 가는 봄의 정취를 맛보았던 그리고 보고 싶던 꽃들이 함께한 공룡능선길

지리하게 이어져 있었던 몽가북계에서 강촌까지의 여정

풍성함이 밀려왔던 원시의 숲 오대산

 

 산라일락 향기 퍼지며 길가엔 나리 봉오리 굳게 다물고

산목련 흰 꽃 듬성하니 떨어진 숲길을 걸으며

목표가 있는 삶은 정녕 행복했을까를 

뜨거운 더위를 피해가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4.

 

 바람이 선들선들 불고 비가 오려나 와야만 하는데.
속초시민들의 상수원인 쌍천은 허연 바닥을 드러내며
지난 날의 기근을 기억하고 제한급수가 풀리는 날
덩실거리며 혼자서 어깨춤이라도 출 일.

 

 

5.

 

 어제 본 영화 <땡큐, 대디>.
팀 호이트 부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다.
단순한 부자관계를 넘어선 아버지의 정이 따뜻하게 다가오고
한편 일상사의 고단함은 잠시 멀어졌을까를 생각한다.

 

 지난 주말 결국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밀린 영화를 본다.

여섯 편의 영화들은 이리저리 엉키면서 기억을 흐리게 하고

이제 즉물적인 인간이 되어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어제 본 영화  대사  중 생각나는 말.

 " 사랑은 귀 기울여 주는 것" (꾸뻬씨의 행복 여행)

 

  아아, 이렇게 그 해 유월이 지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