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20 오대산에서
산행 코스 : 상원사 주차장 - 오대산 비로봉 - 상왕봉 - 두로령 - 두로봉 - 동대산 - 동피골야영장 - 상원사 주차장 (20km)
1.
1년만에 다시 찾은 오대산.
지난 기억은 찬불송 속으로 스며들고
가볍게 내리는 비는
축축하게 가는 이의 발걸음은 더디게 한다.
적멸보궁.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에
비루한 중생은 소소한 개인의 안녕을 기구할 뿐이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비 사이로
오늘 갈 길을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2.
비가 긋기를 기다리다가 다시 움직인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내리는 비에다 가스로 가득차고
내딛는 발걸음은 지난 기억을 되새김한다.
비로봉 정상.
비로자나불의 공덕에 감사를 드리고 배고픈 민생고 해결.
취떡을 먹으면서 오늘이 단오라는 것을 알고
시간과 절기는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무심하니 지나간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원시의 나무들.
인적 드문 곳에 드러난 자신의 자태는 지나는 사람만이 보게되고
폭신폭신한 흙의 기운이 다리를 타고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3.
때로는 서로 모여 겯고 틀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아는 이 없는 곳에서의 꿋꿋함과 의연함은 이어지고
다시 비는 내리고
철 지난 일회용 비옷은 여기저기 찢어지며
산길 가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4.
그리하여 일년 만에 다시 만난 나무.
나는 잘 있었음을 알리고
나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대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지난 시간에 의미를 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
중요한 것은 현재라고 생각을 하지만
언제나 머리를 뒤흔드는 것은 지난 상념.
5.
길 위에서 나는 보았네.
지난 시간이 이렇게 흘러 들어가 버렸음을.
짙은 녹색으로 훌쩍 커버린 나무와 숲들의 성장을 생각하며
흐른 시간만큼 나도 성장을 하였을까.
그리하여 산길을 가로지르는 고개를 만난다.
두로령.
임도 쪽의 길을 택할까 하다가 두로봉으로 향한다.
6.
두로봉에서 동대산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4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해가 긴 시간 그리고 이 때 아니면
가보기 힘들다는 판단에 동대산으로 향한다.
숲은 다복하니 일어서고
옛날 대간길을 걷던 기억은 숲 사이로 흩어진다.
홍길동전을 보고 와
동생에게 붙인 별명.
차돌이.
차돌백이를 지나며 죽은 동생을 떠올린다.
동대산.
어둠은 슬금 내려앉고 내려가는 길은 늘상 멀게만 느껴진다.
두 개의 불빛에 의지해서 여러 사람들 움직이고
불빛을 보지 못한 벌레들 꼬리를 치며 날아 오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침묵은 길게 이어지고
100미터를 알리는 표식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질 때
말 없이 지친 발 동피골 야영장에 이른다.
7.
다시 상원사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2.6키로.
너른 길에 횡대로 서서 본 밤하늘.
비가 내려 하늘엔 팝콘같은 별들이 뚝뚝 오르고
검고 푸른 어둠 속에서 저멀리 북두칠성이
길을 타박이는 우리의 일행을 내려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