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02 체력검증산행 - 설악산에서
- 코스: 설악동 -천불동계곡-비선대-양폭-무너미고개-희운각-중청-대청-희운각-신선대(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도상 거리 25.89Km, 13시간 소요)
개교기념일 임시공휴로 무엇을 할까하다가 그전에 계획한 설악산을 가기로 한다.
코스는 체력검증 겸 오르내리막이 고루 있는 공룡능선.
먼저 설악산 주변의 웬만한 가게들은 신흥사에서 다 정리를 해 놓은 상태이다.
과거 비선대 올라가며 주변에 있던 가게들은 모두 정리되어 사라졌으며
물증이 없으니 지난 기억마저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부처님께 올라가며 산행 시 두 다리 무탈하게 해달라고 기구를 하고
아침나절 권금성을 올려다 본다.
멀리 보이는 세존봉.
호젓한 숲길을 지나 마주한 비선대.
적벽과 장군봉이 옆 모습을 보이더니 삼형제봉이 마주 한다.
좌로는 장군봉, 가운데의 무명봉, 오른쪽의 적벽이 정겹게 다가오고
수량이 적은 계곡물을 근심스러이 바라보다가
귀면암을 지나 마주한 곳이 양폭대피소.
대피소보다는 산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절의 기억은
불에 탄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고
허공을 가로질러 놓은 천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숨을 고르며 오른다.
천당폭포의 물은 쫄쫄쫄
내 마음은 간간이 부는 바람에 하늘을 오르고
숨 헐떡이며 올라갈 무너미 고개 들머리에 잠시 쉬며 물을 채운다.
고개 정상 갈림길.
오른쪽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을 뒤로 하고 바라 본
공룡능선의 신선대와 한자 산모양의 화채능선.
겨울철 이 대피소 앞에서 야영을 하다가 붙잡혀서
공짜로 대피소에서 잤던 생각이 희운각 앞을 지나간다.
중청과 소청의 갈림길에서 내려다 보기.
내려오면서 가야할 공룡능선은 아름답게만 보이고
봉정암 사리탑 주변은 용아장성과 어우러져
짙은 녹색으로 다가온다.
발걸음 옮기면서 가까워지는 대청봉.
대학 때의 기억은 흐릿하고
바람마저 불지 않은 시간의 산행은 괴로움을 더한다.
평일의 산은 적막하다.
대청봉을 알리는 표지석엔 파리 새끼들만이 다북하니 앉아있고
풀숲을 지나가면서 들리는 윙윙거리는 파리들의 날개짓 소리를 들으며
두리번 거리며 구상나무를 찾는다.
내려가면서 공룡능선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숲길에서 두리번거리며 자작나무를 본다.
올라가면서 못 본 것들을 근시안이 되어 내려가면서 볼 수 있을까.
지리산처럼 설악산에도 입산통제 시간을 곳곳에 알려 놓고
곳곳에 붙에있는 알림의 팻말은 금지에 과태료 부과에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들만 가득하다.
새의 울음, 나무를 지나는 바람소리와 숲의 내음을 킁킁 맡으며
느릿하게 걷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공룡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산행에 대한 잡념이 인다.
이 길을 택하면 6시간 이상 걸리고
반대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다면 절반도 안 걸리는 소요 시간을
둔한 머리는 재빠르게 생각을 해 낸다.
우둔한 몸은 공룡길을 택하고 신선대를 향하는 오름길에서
선택에 대한 장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사흘 전에 왔었을 땐 비가 오락가락했었고
아침나절의 청명한 시야는 오후 들어 조금씩 흐려진다.
짙은 녹색으로 다가오는 여름 산.
1275봉 주변의 산군을 보면서 가야할 길을 바라본다.
가을날 단풍사진 찍는다고 비박했던 일.
설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천화대 범봉 등반.
지난 시간은 이렇게 기억 속으로 밀려다니기만 하고
보고싶던 꽃 솜다리(에델바이스)는 계절의 순환으로 시들해지고
바라본 울산바위와 천화대.
신선대에 오르면 나도 신선이 되어
설악의 이곳저곳을 떠돌고 싶다.
공룡등짝을 타고 여러 번의 오르내림 속 걷는 길.
드문 인적 속 호젓함이 밀려다니고
죽하니 이어지면서 따르는 용아장성.
사흘 전 능선 끝머리에 주욱하니 피어있던 앵초도
서서히 보랏빛이 시들어져 가고
힘겹게 오르는 마등령.
돌길 위 타박이면서 전해지는 지상의 무게.
우둔한 길 선택에 대한 자위.
비선대 바위에 새겨진 이름 보면서
가까이 내려 앉은 어둠.
기록.
그리고 기억.
적벽과 장군봉
공룡능선에서 만나는 바위
대청봉에서 공룡능선 쪽 내려보기
공룡능선
용아장성
화채능선
공룡능선 - 신선대, 범봉, 1275봉
범봉과 울산바위
천화대
그리고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