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09 일상 - 하루에 대한 잡념들.
1.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을 읽었다.
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읽고 난 지금은
그 내용의 전개가 단편적으로만 떠 오를 따름이다.
어린 소녀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주인공의 성도착증 행위.
험버트의 도덕성은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총기를 이미 상실한 나이에 400여 쪽이 넘는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처음 책을 잡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읽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
롤리타 자신에게는 게걸스런 짐승에 불과한 주인공 중년남자의 심리를 조금은 알 것도 같
고.
신문을 읽다 보니 잘 된 번역작품이 많지 않고,
그나마 8편의 작품이 "동물농장"에 몰려 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데, 이윤기씨 마냥 매끄러운 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1달 여 기간 동안 중간 중간 쉬면서 읽다보니 내용의 연결도 안될뿐더러
난해함으로 인해서 머리 속은 요새 흐린 날마냥 산란하다.
아둔한 머릴를 탓할 수 만은 없고
다음엔 좀 가벼운 책을 읽어 볼까나.
2.
교육실습생들이 와서 마음은 내심 바쁘다.
수업하러 가면 청강신청을 하지 않은 교생까지 해서
10여 명이 뒤에 떡허니 앉아 있다.
학생들에 대한 언어의 선택 등등에 한순간 긴장되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들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런지 궁금하다.
3.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우리소리 판소리"를 듣다.
아이들이 나와서 강원도 새타령을 하는데 보기도 듣기도 좋다.
단지 청중 속에서의 과도한 추임새가 나같은 무지랑이의 귀를 어지럽힐 뿐이다.
특별출연으로 조상현씨가 나와서 그의 양모라 할 수 있는 박녹주와 김유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
카랑카랑한 쇳소리의 동편제 박녹주의 소리는 씨디를 통해 "흥보가"를 들어 본 적은 있고,
김유정의 구애를 물리친 이후 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한 번 만나 보기라
도 해봤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증과 궁핍함등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여
어떤 특정 대상을 집요하게 따르지 않았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은 감기가 걸려서 목이 않좋다고 얘기한 뒤
단가 "사철가"로 목을 풀고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창을 한다.
명인. 국창.
삶이 묻어 나오는 소리.
목이 비록 잠겼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고
범접할 수 없는 진정한 고수라는 느낌.
특히 눈뜨는 대목에서 그 전까지는 창자를 중심으로한 스폿조명을 쓰다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선 객석의 불까지 환히 밝혀 개안의 효과를 나타내었다.
오윤의 판화를 머리 속으론 떠올리며
집에 돌아 와 오랜만에 엘피판을 걸고 성창순의 창으로 다시 그 대목을 듣는다.
쫙쫙, 쭉쭉 허더니마는 모두 눈을 떠 버리는구나.
동행한 황봉사 뺑덕이 유인한 죄로 눈 못 뜨고
나중에 죄상을 고하고 심청이 눈을 뜨라하니 한 쪽 눈만 뜬 대목에선
밤은 깊어 가고 나는 실실거리며 웃음이나 흘린다.
그 해 봄날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