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150329 3월 어느 날의 외출

바람동자 2015. 6. 16. 18:36

1.

 

 3월도 서서히 지나가는 시간.

아침 나절 문득 봄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


 음반 뒤적거리며 브르흐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듣다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브르흐 바협이 좋아서 밤늦게까지 들었던 지난 시절은

음악을 통해 아름답게 채색될 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은 먹고 움직여야 할 것 같고

그전에 꽃사진 촬영에 필요한 메크로렌즈를 찾아 카메라에 물리고

반사판 대신 은박지를 준비하고 메트레스도 찾아서 챙겨 놓는다.


 

 

 

2.

 따습게 내리쬐는 봄빛을 마주하며

한 해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분주해지고

봄빛은 산 아래의 야트막한 곳까지 내려 앉아 있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잡견들이 쪼로로 나와서 낯선 이를 반긴다.

이들도 사람들의 손길이 그리웠을 것을 생각하며 반갑게 손을 내민다.


 

 



 3.

 

 등산로 들머리에 이미 한 무리의 동호회 일행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꽃이름을 이야기하며 한편으론 가져온 자료를 뒤적이며 살핀다.

자잘한 꽃들은 여기저기 숨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이젠 원시안이 아닌 근시안이 되어 계곡을 오른다.


 토양에 따라 꽃 빛깔의 차이를 보이는 현호색

군데군데 무리지어 보랏빛 소묘를 뽐내고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눈부신 흰색으로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바람꽃.

봄의 화신인 복수초.

노란색의 꽃이 대칭을 이루며 따스한 봄기운을 전한다.


 겨우내 웅크렸던 기억들은 사라지고

소리내어 흐르는 계곡물 따라 꽃들은 도열을 하며

지나는 이의 눈을 맑게 해주고

흰색과 노란색이 어울워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꽃은 몸으로 알린다.

 

 

 

 

 

 

 

 

 

 

 

 

 

 

 

 

 

 

 

 

 

 

 

 

 - 꽃 활짝 핀 봄날을 그리며, 천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