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
150315 춘클리지에서
바람동자
2015. 6. 16. 18:15
영상의 날씨가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나선 아침
강가를 휘감아 도는 바람은 가벼운 복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 나절부터 몸을 움직인다.
버들강아지의 꽃망울은 담뿍 봄을 담고있고
온다던 사람 기다리며 지난 이야기를 나눈다.
리지 들머리길.
길위엔 난 발자국을 보며 지난 흔적을 읽는다.
들머리로 가는 길에 나누었을 들뜬 이야기들은 여기저기서 들리고
그늘진 골짜기의 바람은 등반자의 몸을 움추리게 한다.
늦가을 이후의 이른 봄까지의 산색은 칙칙하니 이어지고
허망하게 지나간 겨울시간을 떠올리다가
춘클 B길에 서서 올해의 첫 바위라는 생각에 마음은 고양된다.
겨우내 무위도식했던 자신을 탓하기엔 둔한 움직임이었네.
손의 움직임은 골짜기를 내려오는 바람에 굳어 버리고
발디딤마저도 어설프게 시작이 되어
가쁜 숨 몰아쉬며 걸려있는 퀵드로 붙잡기에 바빴네.
첫 피치 중간에서 쉬며 언 손 녹여보려하지만
한 번 언 손은 쉽게 풀리지 않아 등반 도중 손발에 탓을 했네.
오버 행 구간에서 몇 번의 추락.
그저 쳐다만 보다가 결국은 등강기를 꺼낸다.
2P 지나면서 얼었던 손은 조금씩 풀리며
오름의 길들이 조금씩 눈으로 들어오고
아래론 봄을 맞은 오토바이 동호회 행렬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길게 이어지고
강변에 떠 있는 두어 척의 배 한가하다.
둔한 몸을 움직이며 봄을 맞이하는 하루.
처음이라는 의미의 뜻을 넘어선 둔한 몸의 움직임.
마음은 부는 바람의 차거움을 넘지 못하지만
주변에 자잘한 봄꽃들이 피는 날
다시 이곳에 서서 봄맞이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