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4081112 다시 강릉에서
바람동자
2014. 9. 29. 21:29
1.
지난 겨울 내리는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기와지붕과 굴뚝들.
선교장 주위를 거닐다가 더위를 피해
행랑채 마루에 앉아 잠시 쉰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의 위용은
지난 날의 시간을 더욱 푸르게 만들고
지나가는 행락객은 단지 건물 앞에서
몇 장의 사진만 찍고 돌아갈 따름이다.
능소화 더위에 추적이며
고개를 숙인 아침나절
오랜만에 갖는 자유로운 시간 속
매미 울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있다.
ㅡ 강릉 선교장에서.
2.
더위를 피해 움직임은 적게하고
초당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허난설헌의 생가를 찾는다.
재능을 지녔음에도
조선시대 여성으로서의
신산한 삶이 가슴까지 밀려온다.
많은 재능 펼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린 이승에서의 삶은
그렇게 허망하게 지나가고
남아있는 몇 편의 글만이
그녀의 삶을 재구할 따름이다.
툇마루에 앉아
지난 사람들의 행적에 대해 생각하다가
지난 나의 삶을 되묻는다.
ㅡ 강릉 초당동 허난설헌, 허균 생가에서
3.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
숨 깊숙이 들여 마시며
느릿하게 움직이며
대상을 응시하기.
- 삼척 장호에서
삼척 장호항 부근